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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승기 잡은 장차남…꼬인 ‘한미-OCI 통합’

허지은 기자I 2024.03.23 14:29:52

신동국 회장, 임종윤·종훈 형제 지지선언
형제 측 지분 40.57%…모녀는 35%
국민연금 등 추가 우호 지분 확보 관건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008930) 주주총회에서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회장의 아들인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이사회를 장악할 가능성이 커졌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장·차남 지지를 선언하면서다. 송영숙 회장 측이 추가 우호지분 확보에 실패할 경우 OCI그룹과의 통합 작업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동국 회장 결정에 장차남측 지분 40% 확보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임종윤·종훈 사장 측 지분은 신동국 회장 지분 12.15%가 추가돼 40.57%로 늘었다. 신 회장은 전날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장·차남 측에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임 사장 측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도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작고한 임 회장의 고향 후배로, 2010년부터 한미사이언스의 개인 최대주주로 올랐다. 14년 가까이 12% 넘는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한미약품그룹의 부침을 함께한 인물이다. 신 회장은 올 초 경영권 분쟁이 발발한 이후 중립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고심 끝에 모녀가 아닌 장·차남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신 회장은 “상속세와 주식담보대출 등 대주주들이 개인적 사유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면서 기업과 주주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판단했다”며 “현 경영진이 주도적으로 경영해온 기간에 회사의 연구개발이 지연되고, 핵심 인력들이 회사를 떠나며 주가도 상당한 하락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종윤·종훈 사장이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안정시켜달라”고 당부했다.

궁지에 몰린 모녀…소액주주 표심도 잡아야

현재 송영숙 회장 및 특수관계자 지분은 35%다. 장·차남 측 지분(40.57%)보다 5.57% 적다. 여기엔 가현문화재단(4.90%)과 임성기재단(3.00%) 등 재단 지분이 포함돼 있다 장·차남은 공익 성격을 띤 재단 지분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단 지분이 제외될 경우 양양측의지분율 차이는 10%포인트 이상 더 벌어질 수 있다.

송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지분 7.66%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우호 지분으로 포섭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이번 주총은 임종윤·종훈 형제가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장·차남이 결집을 호소한 소액주주들의 표심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번 주총에서 최대 6명의 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이사 선임은 출석 주주의 의결권 과반,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25%)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만약 국민연금이 임종윤·종훈 사장에게 의결권을 행사한다면 형제 측 우호 지분은 48.23%까지 치솟는다. 사실상 과반을 확보한 형제 측이 이사회를 장악하면 한미와 OCI그룹의 통합을 저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송 회장 측이 주총에서 패배한다 해도 법적 대응 등으로 맞설 가능성이 크다. 장·차남이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는 다음주 중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재판부가 28일 주총 이전에 결과를 내놓겠다고 한 만큼, 25~27일 안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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