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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의 軍界一學]군에서 '권장'은 강요일까 선택일까

김관용 기자I 2017.05.06 10:05:19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군(軍) 문화에서 ‘권장’은 지시일까요, 아니면 정말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라는 의미일까요?

국방TV 뉴스 강제 시청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병영 내 국방뉴스 시청을 권장했는데, 이게 대선을 앞두고 외부 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시청권 제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민구 장관이 낮 12시에는 국군방송 뉴스만 시청하라고 지시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습니다.

문 대변인은 “국방TV를 관할하는 곳이 국방부니까 그런 데서 좀 시청을 할 필요는 있다는 권장을 한 적은 있는데 지시를 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국방TV는 국방부와 군을 위해서 운영되는 홍보 매체이기 때문에 군이 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시청을 강요한 적은 없다”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군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권장은 사실상 지시가 됩니다. 국방장관이 “우리 군 장병들이 국방뉴스를 시청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데 대해 이를 진짜 권장사항으로 받아들이는 군 수뇌부나 지휘관이 몇이나 될까 의문입니다. 지휘관의 말 한마디에 부대 전체가 바뀌는 곳이 군입니다. 위에서 명령하면 아래에서는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상하 관계가 분명한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불우이웃돕기 성금 등 기부금 모금 시에도 이게 권장 사항이지만 이를 선택사항으로 받아들이는 군 간부는 많지 않다고 합니다.

기자의 군 부대 현장취재 경험을 되살려 보면 간부 식당의 TV는 대부분 뉴스채널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병사 식당에서도 간혹 뉴스 채널을 볼 수 있었지만 보통 병사들은 예능 프로그램 등 무겁지 않은 TV프로그램을 보며 식사를 했습니다. TV 채널 선택은 자율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장병들이 식사를 하면서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방 TV가 제작한 30분짜리 국방뉴스를 시청해야 한다면 이는 시청권 통제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TV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여야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제한할 소지도 있습니다.

국방홍보원은 지난 달부터 생방송 국방뉴스 방송 시간을 저녁 7시에서 낮 12시(정오)로 옮겼습니다. 당초 국방TV는 전군에서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을 총정리한다는 의미에서 저녁에 국방뉴스를 생방송했습니다. 하지만 국방정책 및 지휘부의 추진 중점 사항을 말단 부대까지 실시간으로 전달하기 위해 점심시간 대로 방송 시간을 옮겼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국방뉴스의 낮은 시청률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듯 합니다.

물론 군 장병들이 국방뉴스를 시청해야 하는 필요성은 있습니다. 그러나 국방장관의 이번 지시 아닌 지시가 결과적으로 장병들의 시청권을 제한하는 꼴이 됐습니다.

국방TV 국방뉴스 화면 캡쳐 [출처=국방TV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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