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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철회 韓 요청 마지막날에도 침묵…평행선 장기화할듯

김형욱 기자I 2020.05.31 11:14:50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갈등 불씨 여전
정부, WTO 제소절차 재개 등 검토 가능성

이호현(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이 올 3월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다 요이치(화면 하단 중간)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을 비롯한 양국 정부 대표단과 영상을 통해 ‘제8차 한일 수출관리정책대화’를 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일본이 우리 정부의 수출규제 철회 요청 마지막 날(5월31일)에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대로면 우리 대법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촉발한 양국의 수출규제 갈등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양국 정부는 주말에도 대화 채널을 열어놓고 있지만 일본 측이 우리가 제시한 마감 시한까지 어떤 답변을 할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지난 5월12일 일본 정부에 6월 이전에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라며 시한부 요청을 했다. 일본 측이 문제 제기한 부분을 개선한 만큼 기존 조치를 유지할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우리나라 전략물자 관리 소홀을 명목으로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 방식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바꾸는 식으로 강화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아예 전략물자 수출규제 완화 대상국인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했다. 우리 정부는 작년 말 일본 측의 조치가 정치적 이유에 따른 보복 성격의 무역 조치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으나 이어진 양국 간 대화에서 일본 측 지적에 따라 우리 전략물자 관리체계를 대폭 강화하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도 이어갔다.

그러나 일본이 마감 시한을 앞두고 전향적인 내용을 발표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규제 강화 이유로 명목상 우리 전략물자 관리 소홀을 꼽고 있으나 대부분 외교·통상 전문가가 우리 대법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실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아베 정부도 WTO 제소 등을 고려해 직접 언급은 않지만 이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쳐 왔다. 우리 정부가 신일철주금 등 배상 판결이 난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압류하고 또 이를 현금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한 일본도 대응 조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한일 양국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 정부가 지난 연말 대화 재개와 함께 중단했던 WTO 제소 절차를 재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우리 정부가 지난해 8월 일본 측에 통보했다가 같은 해 11월 유예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카드도 있다. 다만, 미국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어서 재추진이 현실적으로 쉽진 않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일본이 우리가 최후통첩을 했다고 기한 내 지금까지 이어져 오던 입장을 크게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며 “더 악화하지도 않고 나아지지도 않는 애매한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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