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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의 軍界一學]멈춰선 한미연합훈련, 10월 한국군 단독 훈련한다지만…

김관용 기자I 2018.08.19 13:27:31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매년 이맘때 쯤이면 우리 군은 미군과 함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시작합니다. UFG는 키리졸브(KR) 및 독수리(FE) 연습과 함께 3대 한·미 연합군사 훈련으로 꼽힙니다. 전쟁상황을 가정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됩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이듬해부터 시작한 유엔군사령부 주관의 군사연습 ‘포커스렌즈’(FL)가 그 시초입니다. 작년 UFG 훈련은 8월 2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됐습니다. 우리 군 5만여명과 주한미군 외 해외 증원 미군 3000명을 포함한 1만7500여명이 참가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UFG는 잠정 중단됐습니다. 유사시 정부 대응훈련인 을지훈련도 취소돼 사실상 올해 UFG 훈련은 실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군의 경우 지금이 병력 교체 시기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훈련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한국군 뿐만 아니라 미군의 주요 보직 역시 1~2년 주기로 인원이 교체됩니다. 미군은 통상 매년 6월에 인사가 있는데, 주한미군 상당수가 이때 바뀝니다. 새로 배속된 미군들이 8월에 열리는 UFG 연습을 통해 한반도 전쟁 상황을 가정한 작전 계획과 실전 운용 과정을 익힙니다. 미군이 자체 훈련을 진행하는 이유입니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시작된 지난 2017년 8월 21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미군의 정찰자산인 U-2기가 이착륙 훈련을 하고 있다. 아래는 패트리엇 미사일 포대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간 비핵화 협상에 따라 올해 예정된 한미 군 당국의 연합훈련이 줄줄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개최에 따라 독수리연습(FE)이 한 달여 늦어진 4월 1일 시작됐습니다. 키리졸브(KR) 훈련 역시 4월에 진행됐습니다. 또 2개의 한미 해병 합동훈련인 KMEP(Korea Marine Exercise Program)도 무기한 연기돼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KMEP 훈련은 한미 해병대의 연합작전 수행능력과 상호 운용성 향상을 위해 2012년부터 실시해 온 것입니다. 상륙훈련과 공지 전투훈련, 설한지 훈련, 병과별 훈련 등 전국 각지에서 매년 12~19회 가량 진행됩니다.

이같은 한미연합훈련 변동으로 한국군 단독훈련인 ‘태극연습’까지 일정과 내용이 바뀌었습니다. 태극연습은 전·평시 작전수행과 지휘능력을 증진하기 위해 매년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주도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중심의 지휘소 연습(CPX)입니다. UFG나 키리졸브(KR) 훈련이 합참과 한미연합사가 주관하는 한미연합군의 CPX라면, 태극연습은 한국군 단독 CPX입니다. 합참은 평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한 이후 작전 수행 능력 배양을 위해 1995년 첫 태극연습을 실시했습니다. 1999년 이후에는 작전사령부(군단급)까지 연습에 참가해 전구급 합동 지휘소 연습으로 발전했습니다. 매년 5~6월에 실시되던 태극연습이 연기된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합참은 올해 UFG 잠정 중단에 따라 태극연습의 내용과 시기를 조정했습니다. 10월 말 합참 단독의 한국군 실기동훈련(FTX)인 호국훈련 전에 실시한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태극연습 기간도 기존 3일에서 일주일 가량으로 늘려 진행할 예정입니다. 합참은 현재 태극연습을 위한 작전계획을 사령부급 이상 부대에 배포하는 등 훈련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송영무(왼쪽) 국방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7월 10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을지태극 연습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한국군 주도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은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리 군은 국방 모델링·시뮬레이션(M&S: Modeling&Simulation) 센터를 통해 전쟁 시나리오를 연구·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군에 비해 실전 경험이 부족한탓에 군사작전을 묘사할 수 있는 수단과 규칙, 제원 및 절차 등을 삽입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드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워게임’(War game)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밝힌 미국의 UFG 분담 비용은 1400만 달러(157억 원) 수준으로 이중 상당 부분이 시뮬레이션 개발 및 적용에 들어가는 돈입니다.

우리 정부는 내년부터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새로운 형태의 민·관·군 훈련인 ‘을지태극연습’을 실시하기 위해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UFG 연습을 대체하는 한국 정부와 우리 군 단독 훈련입니다. 정부는 지난 달 언론 브리핑에서 “을지태극연습은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 뿐만 아니라 테러, 대규모 재난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안보개념을 적용해 민·관·군 합동 훈련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군사적으로 얼마만큼 충실한 전쟁 모델과 작전 시뮬레이션을 개발해 낼 수 있을지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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