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스페셜] 성장성 특례상장, 바이오 심사 문턱 높아진다

김유림 기자I 2021.04.20 08:24:01

성장성 특례상장 10개 중에 8개가 ‘바이오 업종’
업계 “바이오 웬만하면 기술특례상장 권고받아”
“기술성평가 탈락 사유 비공개, 성장성 부추겨”
한국거래소 “이전과 바이오 심사 기조 똑같다”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올해부터 성장성 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바이오 회사 통과 문턱이 높아진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평가기관에서 기술심사를 받아야 하는 기술특례상장을 회피해 성장성 특례상장으로 상장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거래소 심사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표=김유림 기자]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8년 11월 셀리버리(268600)를 시작으로 성장성 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은 총 15곳이다. 이 중 라닉스(317120)알체라(347860),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등 3곳을 제외하고 12곳이 바이오 업종이다.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상장이 바이오 기업에만 유리하다는 불만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은 2017년 1월 성장성 특례상장을 추가하게 된다. 두 제도의 가장 큰 차이점은 거래소가 지정한 기관의 기술성 심사 여부다.

기술특례상장은 거래소가 인증한 22개 전문 평가기관 중 2곳을 임의로 지정받아 1개 기관에서 A, 또 다른 기관에서 BBB 등급 이상의 평가 결과를 받아야 통과된다. 이후 거래소가 진행하는 상장 적격성 심사를 거치면 코스닥 상장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성장성 특례상장은 상장 주선인(증권사)이 성장성 높은 회사를 초기에 발굴, 상장심사 청구를 하는 구조다. 한마디로 증권사가 기술을 보장하고 추천까지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대신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부진하면 주관사는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다시 사줘야 하는 ‘풋백 옵션’ 책임을 부여했다.

상장 요건은 자기자본 10억원 이상, 자본잠식률 10% 미만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원칙상 기술성평가 심사조차 필요 없지만 성장성 특례상장 준비 기업들도 전문기관의 기술등급을 받았다고 발표한다. 이들의 기술평가는 거래소가 지정한 평가기관과 엄연히 다르다. 자체적으로 높은 등급을 받기 수월한 평가기관을 선택해서 심사를 받을 수 있다.

바이오기업 임원은 “기술특례상장에서 점수가 안 나오는 바이오 회사들이 성장성 특례상장을 코스닥 입성 방식으로 이용해왔다. 즉 기술특례상장을 탈락하면 코스닥에 입성할 수 있는 창구라고 여겼다”며 “주관사는 공모가를 낮게 선정해 풋백옵션을 피해간다”고 지적했다.

반면 올해부터는 바이오기업의 성장성 특례상장 통과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거래소의 심사 기조가 강화된 게 현장에서 피부로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벤처캐피탈 대표는 “바이오기업들이 기술특례상장 심사를 피하기 위해 성장성으로 바꿔서 들고 들어오지 말라는 얘긴 작년부터 있었다”며 “그렇게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들어오니까 거래소에서 바이오의 성장성 특례상장은 더 보수적으로 보겠다고 공공연하게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증권사 IPO담당 임원은 “성장성 특례상장은 정식으로 청구서 넣기 전에 거래소와 주관사가 사전 협의 기간이 있다. 원래 한 달 정도 소요됐는데 최근 들어 이 기간을 엄청 길게 가져간다”며 “거래소가 더 깐깐하게 보겠다는 것이며, 허들의 잣대가 훨씬 높아졌다. 주관사가 봤을 때 문제가 있을 만한 소지가 아무것도 없을 때 성장성으로 들고 오라는 것”이라고 했다.

성장성 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 [표=김유림 기자]
다만 기술성평가 탈락 이유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서, 기술특례상장 회피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술특례상장에서 전문기관의 기술평가 등급 결과와 평가 보고서는 거래소에 곧바로 간다. 회사와 주관사는 등급만 통보받는다. 거래소 전문평가지침 평가항목에 정성평가와 정량평가 모두 들어가지만, 정확한 점수 비율이 없는 점에 대한 불만도 토로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 심사에서 떨어진 이유를 알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해서 다시 신청할 텐데 알려주지 않으니 자꾸 몇 번씩 통과하지 못하는 기업이 나오게 된다”며 “결국 시장에서 기술특례상장 떨어진 기업이라는 오명이 생기니, 아예 처음부터 성장성 특례상장을 주관사에 요구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 측은 바이오 기업 심사 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성장성 특례상장을 하게 되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서, 주관사가 느끼기에 더 까다롭다고 느낄 수 있다”며 “기술특례상장을 바이오가 꼭 해야된다는 기조로 바꾸는 건 없다. 어차피 법에서 정해진 상장 방식 중에 하나다”고 말했다.

평가 지침 비중과 관련해서는 “튼튼한 재무구조 등 외형요건에만 점수를 줘서 상장을 시킬 수 없다. 대표적으로 내부통제가 안 되면 상장 이후에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게 될 소지가 있다”며 “현재에 대해서만 과대하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정성과 정량의 명확한 비중을 두고 평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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