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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쑥말쑥 술맛 잡기 8년…매출 50배 뛰며 전국구 막걸리 됐죠" 김기환 대표

박경훈 기자I 2017.09.21 06:05:00

지평주조, 1925년 설립…김기환 4대 대표 들어서며 변혁
'09년 매출액 2억→올 8월 70억, 연말 100억 돌파 확실시
처음에는 마케팅이 문제로 생각…결국은 맛의 '균일성'이 중요
지평막걸리, '쌀' 아닌 '밀' 발효제 사용 덕에 '바디감' 일품

김기환 지평주조 대표는 “10월부터 직급제도를 없앤다”며 “수평적인 회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지평주조)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8년이 지난 지금도 맛의 기틀을 잡아가는 중이죠.”

18일 만난 김기환(35) 지평주조 대표는 8년 전 매출 2억원에 그치던 소규모 지역 탁주사를 100억원을 바라보는 업계 중대형사로 키우면서 막걸리 업계의 ‘기린아’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8년만에 매출을 50배로 늘린 셈이다. 그는 “사업에 뛰어든 후 처음에는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매출이 신통치 않아 마케팅이 문제인가 생각했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고민끝에 ‘균일한 맛’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 막걸리는 발효 음식인 까닭에 그 어떤 술보다 맛의 균일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생산량이 많은 중대형 막걸리 업체들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유통지역 수도권서 강원도 전역으로

지평주조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 경기 양평군 지평면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1대 사장인 고(故) 이종환씨가 1960년 김 대표의 할아버지인 고(故)김교섭씨에게 회사를 매각한 후 아버지를 거쳐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2010년 김 대표가 4대 사장에 취임한 후 2015년 매출액 43억원, 지난해 60억원, 올 8월 현재 70억원을 넘는 등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근 1년 사이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139480) 등 대형마트 3사와 GS25 편의점 납품에도 성공했다. 유통지역도 수도권에서 강원도 전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올해는 매출 100억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그는 2010년 28살, 젊은 나이로 가업을 잇게 됐지만 이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그도 예상치 못했다. 김 대표는 “대학 졸업 시기, 처음에는 가업에 도움이 될만한 분야의 취업을 하려 했었다”며 “홍보·마케팅을 배우기 위해 홍보대행사에서 1년 반 정도 근무했었다”고 말했다. 직장 생활을 하며 그는 2, 3세 경영으로 전환하는 기업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됐다. 그는 지평주조의 미래를 생각하게 됐고 인생의 방향을 급선회한다.

김기환 지평주조 대표가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중이다. (사진=노진환 기자)
당시 지평주조 상황은 매출 2억원, 임직원 3명의 영세기업 그 자체였다. ‘문을 닫아야 하나, 회사를 넘겨야 하나’까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그는 “그나마 아버지께서 사정이 괜찮은 도정공장을 운영해 지평주조에 대한 경영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그는 지평막걸리 판매가 부진한 이유가 마케팅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문제점을 알게 된다. 김 대표는 “생산계획부터 제대로 못 잡는 상황이었다”면서 “수요예측도 제대로 안 되고, 재료마저 정량으로 들어가지 않아 맛의 차이가 들쭉날쭉했었다”고 전했다.

이후 그는 맛의 균형을 잡는 데 집중했다. 그러자 매출액 2억원이던 기업이 몇 년 사이에 20억원까지 올랐다. 김 대표는 “초반 몇 년 간은 매출액을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며 “20억원이 됐을 때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막걸리의 프리미엄화 연구 중

지평막걸리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 업체에서 사용하는 ‘쌀 입국’(발효제)이 아닌 ‘밀 입국’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이 저희 제품을 평하길 진한 느낌이 좋다는 평이 많다”며 “밀 입국과 함께 공정기간을 타사에 비해 짧은 8일로 잡는 게 그 비결”이라고 답했다.

밀 입국. (사진=지평주조)
쌀 입국의 장점은 발효 기간이 밀 입국보다 오래 걸려 가볍고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반면 밀 입국은 가루이기 때문에 쌀 입국보다 발효가 빠르다. 더불어 밀 자체의 단백질 함량이 높아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난다.

사실 밀 입국은 과거 쌀이 귀했던 시절에 대용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산업화를 거치며 쌀이 풍부해지자 대부분 업체가 쌀 입국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평주조만큼은 특화를 위해 과거 밀 입국 방식을 그대로 쓰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제품을 어떻게 하면 프리미엄으로 끌어올릴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다. 막걸리의 프리미엄화는 주요 업체마다 시도했지만 여러 이유로 그 과실을 맺지 못하는 중이다. 그는 “지평막걸리가 자리를 잡으면서 프리미엄 술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공부를 했지만 문제는 역시 ‘균일성’이었다”며 “균일성을 이룰 수 있는 가양주(家釀酒·집에서 담근 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평주조는

·설립연도 : 1925년 ·본사 : 경기 양평군

·임직원수 : 26명 ·주요제품 : 지평生막걸리

·특징 : ‘밀 입국’을 사용해 묵직하고 진한 느낌

·매출 : 2017년 8월 현재 7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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