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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가수스 전화번호 5만개 중 대통령·총리·국왕 포함됐다”

피용익 기자I 2021.07.21 08:35:10

WP, NSO그룹 해킹 프로그램 관련 후속 보도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이스라엘의 보안기업 NSO그룹이 만들어 해외에 수출한 스파이웨어 ‘페가수스’ 프로그램에서 파악된 전화번호 5만개 중에는 14명의 전·현직 국가정상급 인사도 포함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WP는 페가수스와 관련된 5만개 이상의 전화번호 목록을 입수한 뒤 전 세계 다른 16개 언론사와 공동 취재를 통해 이 프로그램이 언론인과 인권 운동가, 기업인 등의 해킹에 사용됐다고 지난 18일 폭로했다. 페가수스는 NSO가 테러범과 중범죄자를 추적하기 위해 10년 전쯤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40개국 60곳가량의 정보기관이나 법집행 기관에 수출된 상태다.

WP는 이날 후속 보도를 통해 페가수스 전화번호 목록에 전 세계 34개국에서 600명이 넘는 정치인과 정부 관리 명단이 포함돼 있고, 특히 3명의 대통령과 10명의 전·현직 총리, 1명의 국왕이 들어가 있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대통령 중에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이라크의 바르함 살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등 3명의 이름이 있었다. 현직 총리로는 파키스탄의 임란 칸, 이집트의 무스타파 마드불리, 모로코의 사드에딘 엘 오트마니 등 3명이 포함됐다. 국왕으로는 모로코의 모하메드 6세의 번호가 있었다.

이 중 프랑스 대통령은 모로코, 파키스탄 총리는 인도, 이라크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각각 지배하는 그룹에 전화번호가 올라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보도했다. 남아공 대통령과 우간다 총리의 경우 르완다와 관련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르완다, 모로코, 인도는 정치인이나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스파이 활동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공식 성명을 냈다고 WP는 전했다.

국가정상급은 아니지만 공무원과 정치인 전화번호가 목록에 오른 나라는 미국, 중국, 영국, 인도, 멕시코 등 20개 국이 넘었다.

다만 이 목록에 전화번호가 있다고 해서 이들이 스파이웨어의 공격 대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격을 받았는지, 또 스파이웨어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려면 이들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검사를 해야 하는데, WP 등 공동 취재단이 이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NSO는 정부 관리를 포함해 일상적 사업활동을 하며 법을 준수하는 시민을 페가수스의 목표물로 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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