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의 사람이야기]세계로 청년 일자리를 신축하자

편집국 기자I 2021.01.07 06:00:00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청년 일자리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고용동향 데이터가 발표됐다. 코로나 한파의 영향도 있겠지만 청년에겐 유독 매섭다. 지난해 11월 20대 취업자 수가 약 20만명 감소하며 전 연령에서 가장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였다. 청년층 실업률이 IMF 이후 최고치를 갱신했다고 하니 참담하다. 20대 인구는 680만명인데 취업자 수는 360만명이다. 농담처럼 이야기하던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 현실이 된 셈이다. 노인 일자리만큼 중요한 것이 청년 일자리다. 미국의 ‘트윅스터(twixter)’가 그랬고 일본의 ‘캥거루족’이 그랬듯 이는 부모 세대와 사회전반에 걸친 부담으로 미래의 발목을 잡는다.

청년은 국가의 내일을 책임질 세대인데 이대로 방치되어야 할까. 이 시국에 사회로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청년들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도 사회의 책임 아니던가.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모든 경제 정책의 기본은 일자리다. 성장이던 복지던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일자리가 첩경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문제는 정말 중요하다. 일하지 않고 노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일하는 자와 일하지 않는 자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사회 전체의 활력과 성장동력이 급격히 꺼지기 때문이다. 현대 자본주의 국가들이 정교하고 촘촘한 복지제도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운영해 왔지만 결국 이러한 복지제도의 궁극적인 목표도 사람들을 스스로 일해서 사회의 발전에 동참하도록 하는데 맞춰져 있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일자리 문제는 참 어렵다.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집권하면 제일 먼저 내세우는 게 취업난 해소고 가장 질타를 많이 받는 문제 역시 일자리다. 해외로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 취업 기회를 엿보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대통령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한다. 더 넓은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하라는 취지의 이야기였지만 장기화한 실업난에 피로도와 초조함이 깊어진 젊은 세대에게는 공감능력 떨어지는 기성세대의 헛발질로 보였을 것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보편화하고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기계의 수준이 급속도로 올라가는 오늘날 어쩌면 일자리 문제를 완전한 해결이 불가능할지 모른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누어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에 대한 인식이 심각한 한국은 문제가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띤다. 일할 곳이 있어도 젊은 세대가 가려고 하지 않는다. 정부가 대기업에게 좋은 일자리를 강제로 만들라고 팔을 비틀 수도,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읍소할 수도 없다. 일자리의 차이에 대한 사회적 관용도와 자기 만족도도 다양하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목표에 대한 명확한 설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어떤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를 먼저 도출한 후에 방법론을 따져야 한다. 이 과정을 생략한 채 무턱대고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고 팔을 걷어붙이면 몇 달 일하다 사라지는 ‘알바’ 자리만 양산하게 된다. 본질적으로 만들어내야 할 좋은 일자리는 변화하는 방향의 연장선에서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가공성 중심 제조업의 4차산업화나 소프트웨어, 금융서비스 등과 같은 자리. 또 IT보다 훨씬 시장이 큰 의료 바이오 시장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식이다.

문제는 세계 경쟁력이다. 환경과 인식, 법과 제도, 근로의욕과 성취의식, 사회적 자본의 축적 여부, 통합과 협동을 원활하게 하는 대화, 조정, 수용 능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글로벌 기준과 흐름의 환경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둘째, 미래 한국의 방향과 수준에 적극적인 적응력을 갖춰야 한다. 셋째, 국가 차원의 필요 인재양성 등 생존을 위한 대비성이 필요하다. 넷째, 고부가가치의 정신자산을 축척 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는 개인의 시장가치를 끌어올리고, 국가적으로도 이롭다.

과거 한국사회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 시장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쓸 상품이 아닌 세계인이 쓰는 상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이 그 역할을 해왔고 IT, 바이오가 최근 여기에 합세했다. 최근 문화산업이 새로운 일자리의 보고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나 아직은 섣부르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영화 한 편이 아니라 할리우드처럼 소위 ‘대박’ 영화를 지속적으로 찍어낼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줘야 문화산업계에도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이다.

매년 나오는 고용관련 지표는 암울하기만 하다. “어차피 취직 안 된다”며 구직을 포기한 20대들도 23개월째 늘고 있다.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20대 후반(25~29세) 인구가 올해도 5만명 가까이 늘어나지만 신규 일자리 수요는 여전히 어둡다.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난관에 봉착하는 것이다. 가장 힘 있고 창의력과 진취적 기상이 높은 2030세대의 열정을 사장해선 안 된다. 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기성세대의 역할이다.

정책의 우선순위가 분명해야 한다.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이들은 청년들이다. 지금부터라도 20, 30대의 일자리를 가장 우선시하는 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많아질 때 어쩌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자연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지 모른다.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우리 사회의 지혜를 모을 때다. 청년의 자각과 꿈은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그 길은 세계로 향하는 ‘눈과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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