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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식로드]개똥도 약에 쓴다<14>

전재욱 기자I 2020.10.31 11:00:00

동의보감 새·짐승·곤충 분변으로 병 치료
흰개 똥은 어혈 치료 효과…인분 말려먹으면 해열제

음식은 문화입니다. 문화는 상대적입니다. 평가 대상이 아니죠. 이런 터에 괴상한 음식(괴식·怪食)은 단어 자체로서 모순일 겁니다. 모순이 비롯한 배경을 함께 짚어보시지요. 모순에 빠지지 않도록요. <편집자주>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똥개도 개똥은 안 먹는다. 인분(사람의 변)은 어쩌다 먹게 됐는데, 차마 제 것을 입에 넣기는 어렵다. 깊이 생각할 것 없다. 변은 이런 것이다. 하물며 사람은 오죽할까. 피부에 닿거나 김을 쏘이는 것만으로 자칫 독이 오른다. 이걸 먹는 것은 상상만으로 괴이하다.

동의보감은 괴이한 상상을 현실로 제시한다. 갖가지 동물의 변을 활용해 사람의 병을 다스리려고 시도한다.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명저로 꼽히는 의서에 담긴 내용이니 들춰볼 만하다.(이하 조미숙 이화여대 교수 저 `동의보감에 나타난 식재료와 이용방법` 참고)

탕액(湯液· 한약을 달인 물)편 금부(禽部·새와 관련한 내용)는 12가지 새의 변을 기록한다. 노자시(가마우지 똥), 단웅계분(붉은 수탉 똥), 발합분(흰 산비둘기 똥), 백압시(흰 오리 똥), 백합분(흰 비둘기 똥), 복익분(박쥐 똥), 연시(제비 똥), 오웅계시백(오골계 수탉 흰똥), 오자계분(오골계 암탉 똥), 월연시(제비 똥), 웅장시(숫참새 똥), 응시백(매 똥) 등이 망라돼 있다.

수부(獸部·짐승)에는 낭시(이리 똥), 마시(말 똥), 모서분(숫쥐 똥), 백구시(흰개 똥), 양시(양 똥), 여시(당나귀 똥), 우분(쇠똥), 이분(살쾡이 똥), 저시(돼지 똥) 토시(토끼 똥), 호시(호랑이 및 여우 똥) 등 12가지를 다룬다. 끝으로 충부(蟲部·곤충)는 강랑(말똥구리), 구인시(지렁이 똥), 오령지(날다람쥐 똥), 잠사(누에 똥) 등 4 가지를 언급한다.

생태가 가금·가축 혹은 야생인지부터 따지고서 성별이 수컷인지 암컷인지, 외형이 희거나 붉은지 등 세분해서 기록한다. 그만큼 효능도 다양하고, 취식 방법도 여럿이다.

당나귀 똥에서 짜낸 즙은 가슴과 배가 아픈 증상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더위를 먹었거나 코피가 멈추지 않으면 말똥을 달여 먹으라고 권한다. 도마뱀을 먹인 수탉의 변을 말려서 가루내어 소주와 함께 마시면 구토를 다스리는 데 좋다고 한다. 박쥐 똥은 눈을 밝게 하고, 볶아 먹으면 결핵 치료에 효능이 있다.

영화 똥개의 포스터.(사진=네이버영화)
개똥을 활용한 치료법도 눈이 간다. 흰개 똥은 불에 태워서 가루를 낸 것을 술에 타서 마시면 어혈을 치료한다고 전한다. 똥개는 인분을 먹고, 사람은 개똥을 먹는다. 동의보감은 끝내 금기를 깨뜨린다. 탕액편 인부(人部·사람 관련)는 인시(마른 인분)의 효능을 전한다. 잘 말려서 끓여 먹거나, 물에 타서 즙을 내서 마시라고 한다. 고열을 내리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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