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란 포비아’에 오리알 등장한 골목상권
“아줌마, 아이들 먹일 건데 오리알로도 프라이 해먹을 수 있어요?”
19일 경기 부천자유시장 초입에 자리한 한 야채가게 앞, 여섯 살 난 아이 손을 잡은 주부가 가게 주인에게 오리알의 조리방법과 유통기한 등을 연신 물었다. 아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엄마, 이거 우리 집 계란이랑 똑같은 거야?”라고 묻자 주부는 “그거(계란) 보다 좋은 거야”라며 오리알의 가격을 살폈다.
시장 내 많은 소상인들이 계란을 팔고 있었지만, 시민들은 작은 상자 안에 담긴 오리알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박스에는 청둥오리가 낳았다는 새하얀 알 백여 개가 담겨있었다. 가격은 3개에 2000원. 적지 않은 가격에 야채가게 사장 김미교(가명) 씨는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손사래 쳤다. 다만 “계란 탓인지 (오리알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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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박미려(가명·49) 씨는 “(노점상이) 어제부터 나와서 팔고 있다. 호기심에 가봤는데 알 상태도 안 좋고 가격도 10개에 5000원이라길래 비싸서 안 샀다”며 “옛날 같으면 쳐다도 안 봤을 텐데 오죽 불안하면 사람들이 (노점에서 파는 계란에) 관심을 갖겠나”라고 토로했다.
◇ “대형마트도 못 믿어”...활력 잃은 계란 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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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로부터 ‘적합’ 결과를 통보받은 계란을 다시 팔기 시작한 대형마트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19일 찾은 부천 이마트 신선식품 코너에는 무항생제 계란인 ‘특수란’과 위생적인 환경에서 생산됐다는 ‘일반란’ 등이 진열돼 있었다. 과일과 채소를 파는 주변 매대는 주말을 맞아 찬거리를 사러 온 소비자들로 북적였지만, 계란 매대 만큼은 예외였다. 계란을 사려는 소비자들도 수 분간 난각코드(계란 껍데기에 기재된 숫자와 영문 등의 이력정보)를 확인한 뒤에야 계란을 카트에 옮겨 담았다.
아내와 계란을 사러 마트에 왔다는 박진무(경기 시흥·56) 씨는 “아들이 문제가 있는 난각코드 정보를 인쇄해줘서 그거 믿고 나왔다”며 “마트에 버젓이 친환경이라는 글자가 있는데 솔직히 마음은 안 놓인다. 정부도, 마트도 믿지 못하겠지만 당장 계란 안 들어가는 음식이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