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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비판ㆍ조롱 부른 '거짓말'논란 대법원장, 속히 '답' 내놓길

논설 위원I 2021.02.08 06:00:00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을 둘러싸고 벌어진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 파문이 수일째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야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장이 삼권분립을 존중해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라며 “임 부장판사의 면담 내용 녹음· 공개 행위가 비정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거짓말쟁이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권위와 자격을 상실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정반대의 시각으로 설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임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 140명이 일제히 김 대법원장 탄핵을 요구하고 나선 것에 이어 판사 전용 인터넷 게시판에는 그를 겨냥한 날선 비판의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법부 수장이 어떻게 언론에 거짓말을 하느냐”는 내용에서부터 “위증죄 재판은 안해 봤느냐” “무너진 신뢰와 양심을 복구하려면 100년은 걸릴 것 같다”는 등에 이르기까지 신랄한 비판이 릴레이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임 부장판사에게 국회 탄핵을 이유로 사표를 반려하고 이를 부인하다 녹취록 공개로 불거진 게 발단이지만 충격은 간단치 않다. 김 대법원장의 자질, 도덕성 문제는 물론 정치적 중립 여부, 사법부 전반에 대한 신뢰 훼손 문제로 번질 수 밖에 없어서다. 그는 2017년 취임사에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녹취록에서는 “정치적 상황도 살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장이 정치권 눈치를 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안 그래도 사법부의 중립성과 도덕성에 대한 국민 불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 법원 권위를 망가뜨린 발언이다.

김 대법원장은 2018년 “법원은 국민의 권리와 법치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고도 “기억이 잘못됐다”는 해명으로 얼버무리려 한 그에게서 국민은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를 이끌 수장의 권위를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사법권 독립 수호와 품위 유지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하지만 오히려 반대의 길을 걸은 김 대법원장은 그에 걸맞는 답을 속히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의 불필요한 혼란을 막고 사법부 권위와 신뢰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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