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하반기 취업 “스펙보다 스토리, 전공보다는 적성”

김미경 기자I 2011.09.09 09:07:56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의 '취업토크쇼' 현장 조언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수상쩍었다. ‘국내 최초의 취업토크쇼’라는 수식어가 붙은 탓이다. 게다가 부제는 ‘인사담당자의 진심을 듣는다’란다. 기대감을 자극하는 문구다. “정말 모조리 알려줄까?”란 호기심에 지난 2일 성균관대학교 경영관을 찾았다. 이날 이곳에서 열린 2011년 인크루트 채용설명회에는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기 토크쇼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마냥 유쾌해 보이는 것만은 아니었다. 올 하반기 채용시장 역시 좁은 문이 예상되면서 설명회장에 들어서는 입구부터가 바늘구멍을 연상케 했다. 한국형은 취업도 괴롭다.  

변별력 있는 면접비중 높아져 조직적응·충성도 등 깊이관찰 “진로 선택에 있어 아직까지 많은 학생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감히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날 취업토크쇼 패널로 참석한 송대호 신세계 인사팀 과장은 전공과 적성의 기로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한 학생의 질문에 “전공공부에 매진했던 4년의 시간은 평생의 한 부분일 뿐 아르바이트, 인턴 등 많은 경험을 해보고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공보다는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 현명한 선택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허심탄회한 발언으로 출발한 이번 토크쇼는 그렇게 시작됐다. 김현철 KT 인재채용팀 과장을 비롯해 이상근 신한은행 인사팀 과장, 오규덕 인트루트 컨설턴트가 함께 참여하고 박새암 SBS CNBC 앵커가 진행을 맡았다. 1부는 하반기 채용동향 등을 분석, 2부는 패널들과의 토크쇼로 나눠 진행됐다.   ◇시장분석=올 하반기 입사 경쟁은 지난해보다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오규덕 인크루트 컨설턴트는 “하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한 390개 상장사의 인사담당자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조사한 결과 대기업 신입채용 규모(1만8831명)는 전년 대비 4.4% 가량 늘어난 반면 중견·중소기업은 지난해에 비해 29.6%로 감소한 3726명 채용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용 관문이 좁아진 만큼 철저한 취업준비가 합격의 당락을 결정 짓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는 오 컨설턴트는 “입사를 원하는 기업에 대한 인재상 분석과 구직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목표기업을 좁히고 해당 기업의 서류전형 형태와 질문에서부터 인적성검사 형태, 면접 유형 등을 세심하게 살펴 전략을 짜야한다. 인재상과 기업문화 등 기본적인 정보파악을 통해 목표기업에 대한 열정과 애사심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서류전형=스펙보다는 팩트 있는 나만의 스토리를 갖느냐가 관건이다.

이상근 신한은행 인사팀 과장은 “업종별 필터링 반영 비율이 다른 편이지만 신한은행은 자기소개서의 비중이 높다”며 “선언, 주장 등의 추상적인 진술보다는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 기업의 인재상에 부합하게 구체적인 경험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진짜 경험을 녹인 에피소드 중심으로 기술하되 지원하는 직무와 기업에 나라는 존재의 필요성을 어필해야 한다. 특히 명언이나 기업관련 정보를 쓸 때는 심사숙고해야 하며 기업명 등의 오타는 치명적이다.

인크루트가 최근 조사한 서류전형 업종별 필터링 반영 비중을 보면, 건설은 출신학교(31.7%) 항목에서 가장 많은 평가 반영 비중을 줬다. 금융은 자기소개서(27.8%) 부문, 기계, 철강, 조선의 경우 학점(15.1%)을, 기타제조 역시 학점을 23.9%로 가장 많이 반영했다.

이밖에 자기소개서에 높은 비중을 둔 곳은 물류운수(25.0%), 식음료(41.9%), 정보통신(29.2%) 분야가 있었다.

전공/학과에서는 자동차(26.1%), 전기전자(16.8%), 제약(28.9%) 업종에서 비중을 두고 평가했으며 유통무역업종에서는 자기소개서와 전공/학과 모두 18.2%의 비중을 둬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서류전형 평가 요소로 자기소개서와 출신학교, 학점, 전공/학과 항목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었다.

◇면접과정=기업별로 면접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공 들이는 채용과정으로 꼽는다. 때문에 모범 답변을 만들어 외우는 식의 발언은 좋지 않다.

김현철 KT 인재채용팀 과장은 “면접관의 입장에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면서 “이기려고 드는 이야기 방식이 아니라 어조, 커뮤니케이션 능력, 자신만의 논리력, 남의 얘기를 받아들이는 경청태도 등 뛰어난 인재보다는 조직과 맞는지, 충성도를 비중 있게 본다”고 말했다. 

또 어학시험점수 높이기에만 급급해서는 쉽게 채용 관문을 통과할 수 없다.   토익이나 토플의 고득점자가 나날이 늘면서 기업에서는 일정 점수 이상인지 확인만 하는 일명 '필터링'의 기준으로만 어학점수를 활용할 뿐 실질적인 평가는 영어말하기시험이나 자체 영어면접 등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크루트가 올 하반기 대졸신입 채용에서 영어평가를 실시하는 275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영어평가 방법'(복수선택)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필기시험성적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비율(성적제출 또는 기업내부에서 실시)이 지난해 83.9%에서 올해 69.9%로 대폭 줄어든 반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영어면접 비중이 지난 해 31.9%에서 36.4%로 늘어났다.

 
▲사진 왼쪽부터 오규덕 인크루트 대표컨설턴트, 송대호 신세계 인사팀 과장, 이상근 신한은행 인사팀 과장, 김현철 KT 인재채용팀 과장, 박새암 SBS SNBC 앵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