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 이낙연 대표의 시간이 왔다

김성곤 기자I 2020.09.07 06:00:00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동거는 위태로운 줄타기
역대 대선국면 현재·미래권력 대충돌로 대선패배
文대통령·李대표 찰떡궁합에도 권력속성은 미지수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스쳐 지나가고 있다. 문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은 지난달 29일 이 대표가 선출된 이후 처음이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동거는 늘 불안하다. 특히 현직 대통령이 임기 막판 레임덕을 겪으면 상황은 급변한다. 미래권력인 차기주자는 때로는 대통령 탈당까지 요구하며 관계를 단절한다. 다만 지나친 차별화는 오히려 과유불급의 역풍으로 다가온다. 현직 대통령은 여전히 특정 차기주자를 비토할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에서도 현직 대통령과 여당 후보의 정면충돌이 적지 않았다. 97년 대선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 2007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후보가 대표적이다. 양측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대선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회창 후보는 다잡은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다. 정동영 후보는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반대로 2002년 대선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후보, 2012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는 현직 대통령의 레임덕 상황이었지만 양측 모두 전략적 관계를 유지했다. 대선결과는 기적적인 역전승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관계는 어떨까? 한마디로 찰떡궁합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문 대통령은 호남 비문 성향의 이낙연 전남지사를 초대 총리에 파격 발탁하는 ‘탕평인사’ 프레임으로 집권 기반을 다졌다. 2년 7개월간 최장수 국무총리로 활약한 이 대표는 말그대로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었다. 관리형 총리가 아니라 실질적 권한을 행사한 2인자였다. 무주공산의 여권 차기지형에서 1순위 주자로까지 떠올랐다.

이 대표의 장·단점은 분명하다. 극단적 대결주의가 판치는 정치풍토 속에서 절제된 언행이 돋보이는 합리적 정치인이다. 중도로의 외연확장도 수월하다. 정치적 경륜도 풍부하다. 기자 출신으로 4선 의원을 거쳐 전남지사, 국무총리를 지냈다. 친문진영이 대안부재론에 시달리는 데다 대통령의 신뢰도 플러스 요인이다. 이때문에 김종필·이회창·고건·정운찬·황교안 전 총리의 실패를 예로 들며 ‘총리 출신은 대권이 어렵다’는 징크스를 깰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최대 약점은 위기상황에서도 그를 지켜줄 열성 지지층이 없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대주주가 아니다. 전당대회에서 6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이는 곧 친문진영이 대안을 마련하면 언제든지 토사구팽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 대표는 슈퍼 여당의 대표로 여의도 정치무대 전면에 나섰다. 언행을 절제했던 총리 시절과 다르다. 보다 분명한 자기만의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차기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약 1년 6개월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곳곳이 지뢰밭이다. 내년 3월까지 6개월짜리 시한부 대표라는 점도 한계다. 정기국회 성적표도 중요하지만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는 1차 분수령이다. 부동산정책을 둘러싼 광범위한 민심이반도 다독여야 한다. 과거와 달리 보수는 점차 강해지고 있다. 탄핵·북미정상회담·코로나 이슈로 대선·지방선거·총선에서 연전연패한 보수가 아니다. 악조건이지만 현 정부의 레임덕이 없다면 문 대통령과 이 대표는 협력적 관계를 통해 차기권력 재창출에 나설 수 있다. 흔히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 대표 역시 문 대통령과 전략적 관계단절을 통한 홀로서기가 필요하다. 다만 이 대표가 이를 선택할지, 문 대통령이 용인할지, 친문 지지층이 수용할지는 또다른 변수다. 향후 이 대표의 선택이 자못 궁금해진다. 이제 이낙연 대표의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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