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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이 마음의 성처로…보통 아이처럼 봐주세요"

이지현 기자I 2017.03.01 08:00:00

세계희귀질환의 날 맞아 한국희귀질환포럼 개최
희귀질환 어린이·가족 서로 어루만지는 자리 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우리 아이는 잘 웃지 않아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마음을 잘 내놓지 않아 3살부터 심리치료를 받아왔어요.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엄마로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마음이 아픕니다.”

28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서울시립동부병원에서 열린 ‘제2회 한국희귀질환포럼’에서 만난 유은숙씨. 유씨는 층판상어린선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두고 있다.

층판산어린선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서준이가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고 있다.(사진=유은숙씨 제공)
유씨의 아들 서준(8)이가 앓고 있는 총판상어린선은 피부가 건조해 물고기의 비늘 같은 각질이 생기는 희귀 피부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 질환에 걸릴 확률은 10만분의 1로 매우 드물다. 우리나라에도 환자는 20여명 뿐이다.

태어날 때부터 피부에 수분을 잡아주는 인자가 없는 탓에 각질이 쌓여 피부가 검은색으로 변한다. 보고 듣고 쓰고 생각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지만 외형상 한눈에 알 수 있는 증상 때문에 거리를 두는 이들로 육체적인 상처보다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유씨는 “서준이와 집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에 갔더니 서준이가 ‘같은 학년은 괜찮지만 고학년 형·누나들이 자신을 볼 때면 숨고 싶어질 것 같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결국 유씨는 서준이를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다문화특성학교에 입학시키기로 했다.

그녀는 바람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를 평범하게 봐주는 것”이라며 “어른들이 ’궁금해서 물어보는 게 이 아이게는 상처를 줄 있다’는 생각만 해줘도 우리 아이도 학교생활이 지옥이 아니라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자랄 수 있는 배양토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의 다름부터 인정하고 ‘시작’

이날 현장에는 방송영재로 화제가 된 김종혁(13)군도 참석했다. 김군은 특정 분야에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혼자 뉴스 영상을 만들고 편집해 방송을 내보내는 전 과정을 선보여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날도 김군은 자신이 갖고 있는 ‘수포성표피박리증’에 대해 씩씩하게 설명했다.

수포성표피박리증은 피부를 구성하는 단백질 생성 관련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정상적인 피부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면서 쉽게 수포가 생기는 유전성 질환이다. 우리나라에는 300명 정도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군은 “조금만 부딪쳐도 피부에 상처가 날 수 있다”며 “학교 체육시간에 어딘 가에 부딪치면 바로 상처가 생겨 체육활동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군은 밝은 성격으로 학교에서도 분위기 메이커로 통한다. 매년 학급회장을 도맡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고 김군 어머니 조금희씨는 털어놨다.

그녀는 “4살때 길에서 동네 아줌마를 만났는데 아이가 내 뒤로 숨더니 (수포로 인해 상처 난) 자기 손을 옷 속으로 숨기더라”며 “아이가 (육체적으로) 아프다는 것만 생각했지 마음조차 아픈아이를 만들고 있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조씨는 아이의 심리치료에 중점을 뒀다. 그리고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학교도 작은 시골학교로 보냈다. 조씨의 기대와 달리 김군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어느 날 학교에 다녀온 김군은 “친구들이 아무도 나와 놀아주지 않는다”고 엉엉 울었다. 왕따였다.

조씨는 문제의 원인을 오랜 병원생활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한 김군의 사회성 부족에서 찾았다. 그리고 김군에게 “너도 친구들을 배려해야 하고 친구들도 너로 인해 불편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알려줬다.

이후 김군의 생활은 달라졌다. 숨지 않고 먼저 손을 내미는 아이가 됐다. 조씨는 “우리 아이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접근해야 한다”며 “우리 아이가 피해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우리 아이를 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뜻한 시선…긍정의 힘 만들어

김현옥씨의 아들 승민이가 근육병을 처음 진단받은 건 유치원에 입학했을 때인 6년 전이다. 승민이는 벌써 11살이 됐다.

근육병은 근육의 힘이 서서히 약해지다 결국 신체장애를 가져와 모든 일상생활을 남에게 의지하게 되는 질환이다. 뇌나 다른 신경조직에는 이상이 없고 근육에만 병이 생겨 근력이 떨어지고 마비되는 것이 특징이다.

김씨는 “병을 받아들인 지오래 됐는데도 말을 꺼내려면 눈물부터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한번 넘어지면 일어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선생님도 같은 반 친구들도 승민이를 기다려 준다”며 “함께해주는 이들 덕분에 승민이가 긍정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김현주 한국희귀질환재단 이사장은 “희귀질환을 앓는 이들은 전염성이 없는 데도 인식 부재로 왕따를 땅하는 경우가 많다”며 “심리적인 타격은 약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하다. 이들에게 주변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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