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성의 금융CAST]CBDC는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꿀까

김유성 기자I 2021.07.10 11:00:00

CBDC, 편의성 높아 수년 안에 통용되는 곳 많을 듯
'돈=지폐'라는 공식 깨질 날도 멀지 않아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암호화폐가 뜨면서 정부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등은 암호화폐는 이론상 ‘블록체인’ 시스템 안에서 구동되는 ‘주인없는’ 화폐라고 할 수 있습니다.(아닌 경우도 많아 문제입니다.)

반면 CBDC는 ‘중앙은행 등 중앙기관이 운영하는’ 시스템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꼬리표가 달린’ 화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이 그 교환가치를 보증하기 때문에 실물 통화처럼 쓰일 수 있습니다.

CBDC 개요도 (출처 : ‘금융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톱80’, 메이트북스)
CBDC라고 하니 ‘뭔가 대단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우리는 이미 디지털 화폐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현금없는 사회가 바로 그것입니다.

최근에 동전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물건을 사면서 지폐를 내고 동전을 거슬러 받으신 적이 있나요? 우리는 이미 약속된 디지털 세계에서 디지털 화폐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신용카드, 큐알코드 결제, 앱간 송금과 결제 등. 수억 원의 돈이 오가는 민간거래에서도 은행 앱을 통한 숫자가 왔다 갔다 합니다. 이미 우리 월급도 지폐가 아니라, 은행에 찍힌 숫자로 받게 됩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지급하는 재난지원금도 따지고 보면 CBDC의 한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단지 카드사들이 구축한 결제망에서 쓰이는 ‘카드사포인트’의 모습으로 지급된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심지어 내가 갖고 있는 전재산도 자산관리 앱에서 ‘숫자’로 찍힙니다. 물론 그 돈의 실체는 만질 수 있거나 볼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닙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이중 은행 예금으로 분류되는 돈은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은행의 금고 안입니다. 일부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안에 있습니다. 우리는 은행과 한국은행, 정부를 믿기 때문에 모바일에 찍힌 ‘숫자’들을 보고 믿으며 거래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 돈을 찍는 것도 돈이 듭니다. 한 예로 옛날 10원짜리 동전은, 그 액면가치보다 제조 비용이 3~4배 정도 더 들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돈을 찍어내는 게 더 손해가 된 것입니다.

(물론 그만큼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게 크긴 합니다. 10원짜리로는 비닐 봉지 하나 살 수 없다는 현실이 이를 말해주죠.)

어차피 디지털 숫자로 찍힌 것을 보고 거래를 하는데, 아예 지폐나 동전을 찍어내는 과정을 생략하면 어떨까요? 조폐공사는 매출이 줄겠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세금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돈을 찍어내는 데 필요한 원가를 아낄 수 있다는 점 외에 관리의 편의성도 있습니다. 중앙은행이나 중앙정부가 구축해 놓은 전자화폐 유통망을 따라 돈이 흐르다보니,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추적할 수 있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볼까요. CBDC는 5만원짜리 지폐에 대한 정부의 고민을 해소시켜줍니다. 떳떳하게 드러낼 수 없는 5만원 지폐는 개인 금고나 장론, 밭고랑 밑에 숨겨지는 것을 우리는 종종 봅니다. 묻어 놓은 사람이 밝히거나 우연히 발견되기까지 찾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CBDC는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합니다. 자동으로 추적되기 때문입니다. 몰래 숨겨 놓는 게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실체가 없으니 땅에 묻을 수 없는 것이죠.)

돈의 사용과 흐름이 추적되다보니 뇌물로 사용하는 것도 힘듭니다. 정부에서 뿌린 보조금이 실제 목적대로 잘 사용되는지 확인하기도 편합니다. 보다 투명한 사회가 될 수 있는 여건이 됩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디지털 화폐 발행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CBDC 발행에 적극적입니다. 중국 인민은행이 CBDC를 발행하고 상업은행이 이를 공급하는 형태죠. 구체적인 출시 일정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선전 등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합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CBDC에 소극적인 모습입니다. 달러화 체제가 단단한 상황에서 CBDC에 대한 필요성이 적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왜 CBDC에 관심을 갖게된 것일까요? 중국정부가 노리는 디지털 정책의 핵심을 보면 이해가 가능합니다. 중국 정부는 국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들여다보고 감시하길 원합니다. 일당독재국가이다보니 당연할 수 있습니다.

자금의 흐름을 정말 투명하게 볼 수 있는 CBDC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매력적입니다. 일당 독재체제의 골칫거리라고 할 수 있는 부패 등을 감시할 수 있습니다. 국민이 어떻게 돈을 쓰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만약에 중국이 CBDC에서 주도권을 가져간다면, 달러 중심의 미국 중심의 경제 체제를 흔들 수 있습니다. 이미 중국은 지난 수년간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해왔지만, 여전히 유로화나 엔화만큼 신뢰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는 컸지만, 폐쇄적인 금융 구조 때문입니다. 효율성 높은 CBDC를 먼저 하게 된다면 이러한 불리함을 뒤집을 수 있다고 중국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중국 외 CBDC를 발행하겠다고 선언한 나라는 현금 사용이 적으면서 전자화된 신용화폐 거래가 많은 나라가 대부분입니다. 스웨덴, 튀니지, 에스토니아 같은 나라들입니다. 아직 한국은행은 연구 정도에서 CBDC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CBDC가 현금을 대체해 널리 통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정 현금 없는 사회가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CBDC가 통용되는 세상은 지금보다 더 깨끗한 세상이 될까요? 아니면 누군가는 그 CBDC를 뚫고 새로운 암거래 시장을 만들까요?

모르긴해도 우리는 새로운 금융 질서의 세상을 앞두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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