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경제 포커스’에 따르면 중국 생산자물가는 5월 전년동월비 9.0% 상승, 2008년 9월(9.1%) 이후 12년 8개월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를 기록해 생산자 물가 상승세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중국의 생산자 물가가 오르는 것은 철광석, 원유 등 주요 원자재가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칭다오항 기준)은 5월초 톤당 240달러에 육박하다 6월께 21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17일(현지시간) 배럴당 71.04달러로 2018년 10월 이후 70달러를 선회하고 있다.
빠른 경기회복세도 수요 측면에서 생산자 물가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비 무려 18.3%를 기록했고 4월, 5월 수출이 각각 32.3%(전년동월비), 27.9% 증가할 만큼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5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각각 8.8%, 12.4%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율도 높아지며 수요가 회복하고 있다. 1회 이상 접종율은 6월 5월 11.5% 수준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높은 생산자 물가를 어디로 전가시킬 것이냐다. 중국 당국의 생활물가 안정 노력을 고려하면 기업들이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보다 공산물 수출 가격으로 전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게 로이터 통신 등의 주장이다. 중국 당국이 원자재 수입 물가 안정을 위해 위안화 강세를 용인한 점도 수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중국산 상품 수입 비중이 높은 미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와 중국 생산자물가간 상관계수는 0.61에 달한다. 인도(0.53), 호주(0.33)에 비해 높고 우리나라(0.17)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한은은 “중국의 생산자 물가 상승이 수출 물가를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파급될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중국 생산자 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들어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 추세에 달려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탄소중립 등 친환경 정책이 철강 등 수급 불균형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 시대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다른 원자재 가격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구리는 중국의 구리 수입 감소 등에 하락하고 니켈은 캐나다 생산 차질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두 등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곡물지수는 하락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