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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보여주기식 일자리 대책, 청년은 안 보인다

편집국 기자I 2020.11.17 06:00:00

김홍유 경희대 교수·전 한국취업진로학회장

지난 11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대학 졸업(재학)생 25~39세 인구 중 취업 경력이 전혀 없는 ‘취업 무경험자’가 28만7979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5만6202명(24.2%) 늘었다. 규모와 증가 폭 모두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최대다. 전문대와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한 25~39세 가운데 단 한 번도 취업을 해본 적이 없는 청년실업자가 역대 최대인 29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충격에 취업 빙하기가 길어진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앞날을 생각하면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것 같다. 미래의 주역 청년들의 잃어버린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한민국의 미래도 불투명해 진다고 할 수 있다.

더욱더 심각한 것은 취업 무경험자 가운데 아예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이른바 ‘니트족’은 절반에 가까운 13만4414명(46.7%)이다. 10월 취업자 42만명 줄어들었고, 실업자는 두 달째 102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6만 4000명 늘었다. 실업률은 3.7%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10월 기준으로 2000년 10월(3.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으로 분류된 사람은 235만9000명이었다.

수년째 누적된 청년 취업난에 코로나발 고용 충격이 겹친 탓에 현재 청년층의 일자리 사정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 이를 방증하듯이 청년층 체감실업률도 24.4%로 10월 기준 역대 최고였다. 이에 따라 경제위기와 잘못된 청년 일자리 정책으로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가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우리보다 앞선 일본은 거품경제가 꺼진 1993~2005년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지 못한 1970년대생이 잃어버린 세대로 불리며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

청년들의 실업은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장기실업의 후유증으로 비혼세대가 증가하고, 급격한 출산율 하락, 비정규직 증가 등으로 국가경쟁력은 점점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일자리 문제는 결국 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고 정부도 이를 알기에 기업에 투자를 요청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거듭 읍소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투자 환경이 잘 갖추어지지 못하다 보니 기업들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청년들의 일자리 관련해 현장에서 지켜본 결과 아주 간단해 보이는 문제도 해결 못하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시대에 맞지 않는 고용경제정책으로 멀쩡한 일자리마저 줄여놓고 혈세로 보전해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다시 말하지만 기업이다.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투자 활동을 통해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도록 각종 규제와 관련 세법들을 정비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게 상책이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는 것이 탈이 없다. 청년 실업 문제를 비롯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체 고용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 고용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현 정부는 더 이상 보여주기식의 정책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 특히 노노(勞-勞)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일자리는 더더욱 안된다. 일자리에는 내편 네편이 없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렸기 때문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벗어나 현장을 잘 아는 연기파 배우와 국민의 마음에 기초한 시나리오, 그리고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의 무대로 해결돼야 한다. 사회가 모든 역량을 모아 청년 일자리를 비롯한 고용환경 문제 해결 방법에 머리를 맞대고 찾아내야 한다. 대한민국의 잃어버린 세대가 없기를 희망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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