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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와 머서의 결정적 차이, 떠난 마틴이 말해주다

정재호 기자I 2014.12.29 15:29:42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포스팅(입찰)’된 강정호(27·넥센 히어로즈)의 입단계약 협상이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극단적으로 흐른 타자 친화적 리그(2014 한국프로야구 경기당 5.62점 및 OPS 807, 시즌타율 0.340 이상 9명 배출) 출신에다 작은 홈구장(목동구장) 덕을 봤다는 비판이 있음에도 강정호가 넥센 소속으로 2014시즌에 거둔 성적(117경기 타율 0.356 40홈런 117타점 103득점 출루율 0.459 장타율 0.739 등)은 괄목할 만했다.

◇ 강정호 숫자, ‘베이스 루스를 보는 것 같다’

강정호의 시즌 성적을 두고 미국의 스포츠방송 ‘컴캐스트 스포츠넷(CSN)’은 숫자만 놓고 보면 “과거 베이브 루스를 보는 것 같다”는 비유를 내놓기도 했다.

파이어리츠가 포스팅 금액으로 500만2015달러(약 55억원)를 써낸 데는 바로 이 뛰어난 공격력 보다 구체적으로는 강정호의 ‘파워 포텐셜’에 상당부분 주목했다고 볼 수 있다.

강정호에게는 타격 시 다리를 드는 동작인 ‘레그킥’ 논란을 잠재워야 될 만만치 않은 숙제가 주어져 있지만 타고난 파워만큼은 틀림없는 재능으로 팀에 쏠쏠한 보탬이 될 걸로 판단한 듯 보인다.

이를 방증하듯 앞서 지역 유력 일간지 ‘피츠버그 포스트-가젯’에서는 “구단이 자유계약선수(FA)로 떠난 러셀 마틴(31·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타선 공백을 강정호로 채우려는 심산”이라는 해석을 내놓아 눈길을 모았다.

지난 2년간 마틴은 해적선의 안방마님으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팀을 훌륭히 이끌었다. 그가 있는 동안 파이어리츠는 1992년 이후 처음이자 2년 연속 포스트시즌(PS)에 진출했다.

마틴은 2014시즌 ‘111경기 110안타 타율 0.290 11홈런 67타점 45득점 4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32’ 등을 작성하며 FA가 된 뒤 5년 8200만달러짜리 잭팟을 터뜨리고는 캐나다 고향 팀으로 떠났다.

마틴의 타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11홈런에 67타점 정도는 강정호가 노려볼 만한 수치다. 파이어리츠는 첫해 큰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그 정도의 활약만 해줘도 충분히 만족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 예상타순으로 본 강정호와 머서의 결정적 차이

빅리그 첫 시즌 주전 자리를 확보하고 한국에서 한 것의 반만 해줘도 강정호는 대성공이라고 봐야 한다.

계약이 순조롭다는 전제 하에 최우선 과제는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평균 유격수인 조디 머서(29·파이어리츠)를 넘어서 해적선의 주전 유격수로 뿌리내리는 일이다. 깔끔하게 머서를 제처야 추후 번거로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아도 돼서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유격수 조디 머서가 공을 잡아 던지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머서의 자리를 차고 들어갈 수만 있다면 그 뒤 나올 타순 역시 대체로 가늠이 된다.

추가 트레이드가 일어나지 않을 시 닐 헌팅튼(45·파이어리츠) 단장이 그려볼 2015년 주전 라인업은 ‘1번 좌익수 스타를링 마르테(26·우)-2번 3루수 조시 해리슨(27·우)-3번 중견수 앤드루 맥커친(28·우)-4번 1루수 페드로 알바레스(27·L)-5번 2루수 닐 워커(29·S)-6번 유격수 강정호(R)-7번 우익수 그레고리 폴랑코(23·L)-8번 포수 프란시스코 세르벨리(28·우) 또는 크리스 스튜어트(32·우)’ 등이 유력하다.

만약 강정호가 아닌 머서라면 5~6번 타순을 염두에 두기는 무리가 있다. 한 칸씩 올려 ‘6번 폴랑코-7번 세르벨리-8번 머서’로 가야 해 무게감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올해 생애 처음으로 주전급이 돼 마이너리그를 통틀어 가장 두드러진 성적을 낸 머서의 방망이는 시즌 내내 8번 타순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했고 내년이라고 크게 달라질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로 5번을 쳤던 마틴과 온도차가 상당하다.

이것이 강정호와 머서의 결정적인 차이다. 한국에서 40홈런을 때린 유격수 강정호에 쏟아지는 기대감이자 잠재적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강정호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SB 네이션’에서 “강정호는 와일드카드이며 흥분되는 선수”라고 표현하는 배경이다.

강정호가 마틴처럼 5~6번을 쳐줄 때 파이어리츠 타선은 때에 따라 해리슨과 워커를 각각 1·2번에 배치하고 마르테를 5~6번으로 내리는 등의 탄탄한 좌우 짜임새와 함께 변화무쌍한 용병술을 한껏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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