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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금융당국도 입 닫았다…사라진 은행 공채

이승현 기자I 2020.08.12 06:02:38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은행들이 구체적인 하반기 정시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오는 10월 초 추석 연휴 전후로 하반기 공채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채용 규모는 말 그대로 미정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올 상반기 5대 시중은행 가운데 NH농협은행만 공채(280명)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에선 신규채용에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올해 공개 석상에서 민간은행에 채용확대를 주문하는 취지의 발언은 한 적이 없다. 그나마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되는 게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은행권의 영업점 폐쇄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발언 정도다.

실제 금융당국이 은행의 신규채용에 대해 별다른 요구사항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채용인력 확대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8월 2년 임기의 마지막 행보로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를 찾았다. 금융권의 일자리 창출과 청년채용 확대를 당부했다. 아예 정부는 ‘금융권 일자리 창출 보고서’ 발표까지 예고했다. 정부가 은행권의 직·간접 고용 효과를 측정하겠다는 노골적인 신호였다. 은행들은 일자리로 ‘성적’을 매기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은행권이 정부 정책에 맞춰 대규모 일자리 창출의 총대를 멘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다른 산업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수익을 내고 있고, 무엇보다 청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직종인 게 명분이다. 5대 시중은행의 신규채용은 2017년 2437명, 2018년 3408명, 2019년 4190명 등 크게 늘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분위기다 다르다. 그동안 채용인력이 많았던 탓도 있고 연이은 채용비리 사태 이후 대규모 정시채용에 소극적이 된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디지털 금융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은행도 대규모 신규인력 선발체제를 유지할 필요성이 크게 낮아진 게 사실이다.

정시채용의 빈자리는 수시채용이 빠르게 메우고 있다. 경력이 있는 IT나 투자은행, 기업금융 등 분야의 전문인력에 유리한 구조다. 은행 한 곳이 매년 수백명의 청년을 뽑는 건 옛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관치논란’을 낳았던 금융권 일자리 창출 보고서는 결국 나오지는 않았다. 금융당국은 “실물경제 지원과 양질의 금융 서비스 등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늘 여건의 조성에 정책의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8월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현장면접을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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