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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내린 트럼프…유학생 비자규제 결국 '철회'(종합)

이준기 기자I 2020.07.15 06:06:51

법원 "하버드·MIT 소송 심리 중 美정부 '철회' 합의"
8일간 벌벌 떨던 韓 유학생 5만 명 '안도의 한숨'
트럼프, '反이민'으로 지지층 결집하려다 '후폭풍'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행정부가 올해 가을 학기에 온라인 강의로만 수강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하고, 강제 출국시키려던 새 이민 규정을 전격 철회했다. 미국 대학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후폭풍이 예상을 뛰어넘자 결국 ‘없던 일로’ 하며 꼬리를 내린 셈이다. 설익은 정책을 남발한 트럼프 행정부의 리더십이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반(反) 이민정책에 속도를 내던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 고등교육기관(대학)에 재학 중인 5만 여명의 한국인 유학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사진=AFP
◇꼬리 내린 트럼프, 타격 입나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은 미 연방지방법원이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새 이민 규정의 시행을 중지시켜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보스턴 소재 매사추세츠주의 앨리슨 버로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미 정부가 하버드대·MIT와 이같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 6일 발표한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가을 학기에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학교에 다니는 유학비자(F-1)·직업 비자(M-1) 소지 학생들은 미국에 머무를 수 없도록 했다. 새롭게 등록한 학생 또한 신규 비자를 받을 수 없게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파장은 만만찮았다. 이번 조치를 두고 미 언론들조차 “지금까지 미 정부가 유학생에 대해 취한 조치 중 가장 영향이 큰 메가톤급 폭탄”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미 대학들은 반격에 나섰다. ‘돈 줄’과 마찬가지인 외국인 유학생들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와 MIT가 총대를 멨다. 이후 200곳이 훨씬 넘는 대학이 두 대학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냈다. 이와 별도로 매사추세츠 등 17개 주(州)와 대학들도 소송을 제기하는 등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정책은 미 대학들의 대면(對面) 수업 재개를 압박하려는 노림수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재선을 앞두고 반 이민정책 기조를 이어 가며 경제 정상화의 일환으로 대학들의 재개방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유학생들이 입국을 거부당하거나 쫓겨날 경우 대학 재정은 물론이고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번 정책 철회를 ‘당연한 수순’으로 보는 관측도 나온다. 그만큼 정책이 설익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5만 韓 유학생 ‘근심 덜었다’

최근 8일간 근심에 사로잡혔던 한국인 유학생들은 한숨을 놓게 됐다. 이미 세웠던 온라인 강의 계획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하버드대와 MIT가 낸 가처분 신청을 지지하는 미국의 대학들이 법정에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소재 사립 드폴대학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한국인 유학생이 지난 8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입국하려다 ICE의 새 규정에 맞는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하는 등 피해 사례가 곳곳에서 나오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 내 유학생(109만 5299명) 중 한국인은 5만2250명으로, 중국(36만9548명), 인도(20만 2014명) 학생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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