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책]감정에 메마른 남자들이여, 클래식을 들으라

장병호 기자I 2020.08.12 06:00:00

남자의 클래식
안우성|374쪽|몽스북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남자가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면 “남자답지 못하다”는 말을 듣고는 한다. 또 많은 남자들이 메마르고 투박한 감정 상태가 단단하고 이성적인 것으로 여긴다. 평범하고 좋은 사회인이 되기 위해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합리적인 태도가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감정을 누르고 마음을 닫은 채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지휘자이자 바리톤이며 음악 칼럼니스트인 저자도 이들과 똑같은 남자일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유학하며 겪은 여러 가지 경험이 저자의 믿음을 깼다. 독일 유학 시절 교수님의 집에 초대된 날, 저자는 결혼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갓 연애를 시작한 것처럼 두 손을 꼭 잡고 대화를 나누는 교수님 부부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그날 이후 “낯섦과 오글거림의 벽을 과감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 남자”가 진정한 젠틀맨임을 마음에 새겼다.

교수님이 그러했듯 클래식 또한 저자에게 사색과 낭만의 즐거움을 알게 해줬다. 일상 속 일탈을 통해 여유를 찾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 오페라 코치 마크 로슨, 지휘자의 역할과 카리스마에 대해 생각하게 한 정명훈, 금세기 최고의 오보이스트지만 누구보다 소탈한 소년의 모습을 지닌 하인츠 홀리거와의 만남이 그러했다. 저자는 모차르트, 베토벤, 슈만, 브람스 등 클래식 거장들에게서도 이들의 음악에 숨겨진 낭만을 발견하는데 누구보다 관심을 기울였다.

저자는 클래식이야말로 메마른 감정으로 마음을 닫은 채 외로워하는 남자들을 위한 음악이라고 말한다. “음악은 우리를 산책으로 이끌고 사색으로 인도하며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 내 감정에 충실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의미에서다. 비단 남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일상에 지친 모두를 위한 위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