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이자 바리톤이며 음악 칼럼니스트인 저자도 이들과 똑같은 남자일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유학하며 겪은 여러 가지 경험이 저자의 믿음을 깼다. 독일 유학 시절 교수님의 집에 초대된 날, 저자는 결혼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갓 연애를 시작한 것처럼 두 손을 꼭 잡고 대화를 나누는 교수님 부부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그날 이후 “낯섦과 오글거림의 벽을 과감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 남자”가 진정한 젠틀맨임을 마음에 새겼다.
교수님이 그러했듯 클래식 또한 저자에게 사색과 낭만의 즐거움을 알게 해줬다. 일상 속 일탈을 통해 여유를 찾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 오페라 코치 마크 로슨, 지휘자의 역할과 카리스마에 대해 생각하게 한 정명훈, 금세기 최고의 오보이스트지만 누구보다 소탈한 소년의 모습을 지닌 하인츠 홀리거와의 만남이 그러했다. 저자는 모차르트, 베토벤, 슈만, 브람스 등 클래식 거장들에게서도 이들의 음악에 숨겨진 낭만을 발견하는데 누구보다 관심을 기울였다.
저자는 클래식이야말로 메마른 감정으로 마음을 닫은 채 외로워하는 남자들을 위한 음악이라고 말한다. “음악은 우리를 산책으로 이끌고 사색으로 인도하며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 내 감정에 충실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의미에서다. 비단 남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일상에 지친 모두를 위한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