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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인에서 원수로`..현대百과 LH의 얄궂은 인연

민재용 기자I 2015.08.30 10:49:24

현대百, 동탄 개발 특혜 의혹 제기하며 LH와 대립각
현대百 "심사위원 구성, 평가 기준 해명하라" LH에 요구
현대百 과거 판교 개발 땐 LH 구원투수 역할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동탄 신도시의 백화점 부지 입찰 과정에서 롯데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입찰에서 탈락한 현대백화점(069960)과 LH의 얄궂은 인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11년 LH가 주도한 판교 알파돔시티 사업이 휘청일 때 자금을 긴급 수혈하는 구원투수로 나서 LH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으나, 이번 동탄 백화점 부지 입찰에서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LH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현대백화점 컨소시엄 동탄신도시 개발 조감도
30일 업계에 따르면 동탄신도시 백화점 입찰에 참여했다 떨어진 현대백화점(069960) 컨소시엄(대우건설, 호반건설 등 참여)이 입찰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LH와 정면 충돌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컨소시엄은 LH에 공문을 보내 심사과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상태다.

현대백화점 컨소시엄은 입찰과정에서 4144억원의 최고가의 입찰가격을 써냈지만 3557억원을 써낸 롯데쇼핑(023530) 컨소시엄에 밀려 입찰에서 탈락했다. LH가 진행한 입찰 사업 중 가격을 높게 제시한 사업자가 탈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 컨소시엄은 △심사위원 선정과정 △재무평가 기준 등에 대해 LH공사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LH는 보유 중인 100명의 심사위원 풀(POOL)을 입찰에 참여한 기업에 공개하고, 각 기업이 피하고 싶은 심사위원 신청을 받아야 했으나 이 과정을 생략했다. 게다가 심사위원 10명중 한 명이 심사 당일 불참하자 LH직원을 대체 투입시켜 심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주관적인 평가 방식도 문제를 제기했다. 현대백화점은 가장 많은 입찰가를 적어내 정량 평가에선 1위를 기록했으나 정성 평가에선 꼴찌인 3위로 밀려났다.

현대백화점 컨소시엄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한 STS개발은 2년 연속 적자에, 양재 파이시티 사업권을 획득했다가 사업권을 박탈당한 전력이 있음에도 우리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법적으로 보장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입찰 과정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과 LH의 이러한 대립은 4년 전 LH가 주도한 판교 알파돔시티 개발 사업 때 두 회사의 돈독했던 관계와는 상반된 것이다.

당시 현대백화점은 사업 중단까지 몰렸던 판교 알파돔시티 개발 사업에 6400억원을 투자해 사업을 기사회생시켰다. LH의 구원투수 역할을 한 셈이다.

판교 개발 사업 때 LH와 대립각을 세웠던 곳은 공교롭게 현재 LH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롯데였다.

롯데는 판교 개발사업자로 선정됐으나 금융위기 후 사업성이 낮다며 토지 대금 지급을 미루고 사업 규모를 줄여달라고 LH에 요청했다. LH가 요청을 거부하면서 판교 개발 사업은 난항에 빠졌다.

결국 LH는 롯데를 대신해 돈을 대줄 수 있는 사업자를 찾았고 현대백화점이 그 역할을 해줬다. 현대백화점이 6400억원을 들여 부지와 건물을 선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대준 것. 선 매입 방식은 투자자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큰 방식으로, 현대백화점의 투자가 결국 판교 개발 사업 재개에 큰 원동력이 됐다.

롯데가 당초 계획대로 판교 개발 사업을 추진했으면 최근 개장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롯데의 소유가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4년 전 롯데를 대신해 LH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현대백화점이 이번에 롯데의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LH와 대립하는 것은 아이러니 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외관 사진. 당초 이 백화점은 롯데백화점 간판이 걸릴 예정이었으나 롯데건설이 판교 개발 사업 진행을 미루면서주인이 현대백화점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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