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목멱칼럼]미국의 ‘바이든 케어’ 정책에 주목하자

함정선 기자I 2021.02.16 06:00:00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서울대 명예교수]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속에서 출범하였기에 경기부양을 위해 우선 대규모 재정 투입을 천명하였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 10년간 1조 5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을 지출할 계획임을 밝혔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오바마 케어의 내용을 한 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벌써 ‘바이든 케어’로 불리고 있는 의료보험의 개혁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의료보험 개혁을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과거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했던 오바마 케어는 정부가 저소득층까지는 공공의료보험을 제공하고, 나머지 국민들은 사보험 의무가입을 통해 전 국민 의료보험 시행을 골자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공화당에 의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는 급기야 행정명령을 통해 오바마 케어의 핵심이었던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보험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고, 2018년에는 의무가입 조항을 삭제하는 등 오바마 케어의 무력화를 추진해 나갔다. 반면에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꾸준히 보험료 인하와 세액공제 증대를 통해 오바마 케어를 확대하고, 91% 수준인 미국인 보험 가입률을 97%까지 끌어올릴 것을 주장하였다.

바이든 케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정부가 민간보험사와 경쟁하기 위해 한국의 건강보험공단 같은 공공기구를 만들어 공공보험 상품인 ‘공공옵션(Public Option)’을 추가해 가입자들이 자연스럽게 공공 의료보험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민간 의료보험과의 경쟁을 유도하여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수가 자체도 낮추겠다는 것이다. 둘째, 65세 이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어(Medicare)’의 가입연령을 기존 65세에서 60세로 낮추어 보장범위를 확대하며, 적용대상을 치아·시력·청력 치료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65세 미만의 저소득층 대상 공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Medicaid)’를 모든 주에 확대 실시하며, 불법체류 이민자들에게도 의료보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넷째,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지역보건소의 확충 등 의료 접근성을 강화하고 의료 인프라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바이러스 진단 무료검사 시행, 의료관련 종사자 대상 마스크 등 보호 장비 공급을 대폭 늘려 가겠다는 것이다. 다섯째, 국민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외국에서 수입되는 처방약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하고 약가 규제를 강화하며, 복제약 처방을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즉 제약회사의 권력남용을 저지하는 한편, 독점약품의 가격 인상도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바이든 케어는 기존 오바마 케어를 더욱 확대, 개선하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처럼 전 국민건강보험제도 장치를 구축하는 것은 아니지만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등 공공 의료보험 체계를 강화하여 보건의료정책의 공공성을 한층 더 높여감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러한 바이든 케어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펜데믹 상황에서 모두들 보건의료정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미국 국민들에게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정책 목표를 잘 달성코자 하는 데 있음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바이든 케어는 향후 예산 편성과 함께 어떻게 운영될지는 예의주시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방역 및 건강보험 시스템이 주목받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러기에 코로나19 방역 경험을 바탕으로 진단키트, 소독약 등 의료용품과 의료보호장비 등 국내 의료기기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복제약 비중이 높은 바이오 제약업계, 마스크 업계 등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이에 대한 대비를 잘해 놓아야 하며, 무엇보다도 K-방역처럼 신뢰성을 기반으로 우리가 가진 역량을 자신 있게 보여주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