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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찾아 2시간 방황한 흰둥이…시작된 여름철 유기

장영락 기자I 2020.06.30 06:45:00

여름 피서철 유기동물 수 급증
원거리 피서지서 반려동물 버리는 일 잦아
반려동물 등록 해마당 증가, 유기 사례도 함께 늘어
미등록·유기 처벌, 현실적으로 불가능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강아지들에게 두려운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강릉에서는 이미 유기된 것으로 보이는 대형견이 나왔다.

29일 오후 강릉 경포해변에는 유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견 1마리가 발견됐다. 이 강아지는 이곳에서 2시간 정도 방황하다, 주인도 없이 떠도는 개를 본 피서객 신고로 119 구조대에 포획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들은 대형견 목에 줄을 묶어 안전을 확보한 뒤 강릉시유기견센터로 인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몸이 흰색인 이 대형견은 구조대 발견 당시 목줄이 고의로 끊어져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구조대는 견주가 개를 유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29일 오후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에 홀로 남겨진 대형견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이 개를 돌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반려동물 유기는 한해 중 여름 휴가철에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다 어려움을 느낀 견주들이 원거리 여행에 나선 기회를 이용해 피서지에 개나 고양이를 버리는 것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유기동물 통계를 확인해보면 이같은 사실이 그대로 확인된다. 통계가 수집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기록을 보면 6월~9월 사이 유기동물 수가 크게 늘어나는 것이 확인된다.

2019년의 경우 월별로 보면 1월 9176마리, 2월 7879마리 수준이던 유기동물 수가 7월 1만4519마리, 8월 1만3036마리, 9월 1만2873마리 수준으로 급증한다. 연중 동물들이 꾸준히 버려지고 있지만 날씨, 휴가 등 영향으로 외출이 늘어나는 여름철에 유기 동물 수가 크게 증가하는 셈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이처럼 동물을 버리는 일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9년 한해 정부에 등록된 반려견은 모두 79만여 마리로 그 전해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유기 사례 역시 증가해 지난해에만 유기동물이 13만5791마리나 됐다. 전해보다 12% 나 증가한 수치다. 하루 평균 372마리가 유기되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TV 프로그램에서도 반려견 유기 문제가 논란이 됐다. 공중파에서 제작되는 인기 반려견 프로그램에 출연한 견주가 이전에 개를 유기한 적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유명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씨가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전부터 무책임한 행동을 보이는 견주가 시청자들 비난의 표적이 되는 일이 잦았다.

29일 오후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에 홀로 남겨진 대형견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반려견 유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반려동물 등록제를 운영하고 동물보호법에 따라 학대행위를 처벌하고 있지만 사전 단속은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현행 법률상 반려동물 미등록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소유주 변경 미신고 시 5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나 등록 자체를 견주의 의지와 성실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동물 유기시에도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지만 동물 유기 규모가 너무 커 행정, 수사당국에서 이를 모두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유기된 동물들은 동물보호소에 입소한 뒤 운 좋게 새로운 보호자를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주인을 찾지 못해 자연사하거나 안락사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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