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국회①]"코로나 위기 극복 위한 입법 지원 절실"

이승현 기자I 2020.05.28 06:00:00

각 경제단체 21대 국회 주문사항 많아
20대 국회서 못한 주52시간제 보완책 우선 처리해야
IT업계 '시한부 규제샌드박스' 종식 법안 통과 요구
중기업계 "화관법 기준 맞추기 쉽지 않아" 개정 필요

[이데일리 이승현 김현아 김호준 기자] 전기자동차 부품을 개발하는 A사는 하반기 경영계획을 세우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하반기에 글로벌 자동차기업의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데 연구팀을 꾸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6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일을 해 프로젝트를 끝내야 하는데 주52시간 근로제로 인해 지금 인력으론 프로젝트 수행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 신규 채용을 하기도 어렵다.

규제 샌드박스제도를 통해 IT 기술을 활용한 택시 합승사업을 시작한 B사는 지난해 7월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고 의욕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앞일이 걱정이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규제 면제 기간이 4년으로 한정돼 있어 이 기간 동안 택시 합승을 허용하도록 관련 법이 바뀌지 않으면 4년 후 사업을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각 경제단체들은 내달 출범하는 21대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입법과제로 ‘규제개혁’을 꼽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해 세계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 국내 기업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신속한 입법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30개 경제단체로 구성된 경제단체협의회가 27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있다. (사진=경제단체협의회 제공)
경제단체협의회는 27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 극복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국가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경제단체 건의’란 제목의 협의회 소속 30개 경체단체의 공동 건의문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건의문에서 “우리 기업들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최대한 고용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총체적인 정부의 정책지원과 국회의 입법 지원이 절실하다”며 “21대 국회에서는 우리 경제의 조기회복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완화와 투자활성화 등 기업 활력제고를 위한 입법사항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신산업에 대한 진입규제 혁신 △환경분야에 과도한 기준과 까다로운 행정절차 개선 △정유산업의 석유 수입부담금과 개별소비세 부담 완화 △운수산업의 차령 제도 및 산업특성을 고려한 임금/근로제도의 개선 △내수 활성화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공공조달 조기 집행 및 SOC투자 집행 활성화 △교통유발부담금 제도 개선 △에너지원 간 세제 형평성을 고려한 부과금 제도 개선 등을 요청했다.

또 재계에서는 △주52시간에 따른 유연근로제 확대 △노사관계 재정립 △상법상 특별배임제 적용 배제 요건 신설 △대형마트 규제 완화 △원격의료 제한 규제 철폐 △상속세율 인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 △법인세율 인하 △신산업·기간산업 설비·연구개발(R&D) 투자 세액공제 확대를 요구했다.

이 중 재계가 가장 시급하게 여기는 것은 주52시간 근로제 보완책인 탄력근로시간 단위기간 확대다. 현행은 최대 3개월까지 탄력근로 기간을 인정하고 있지만 지난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이를 6개월로 연장하는 방안을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이를 처리하지 않아 현장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력확충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한시적으로라도 탄력근로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경총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문제는 경사노위에서 합의까지 해놓고도 국회에서 통과가 안 돼 산업 현장이 어려워하고 있는 제도”라며 “IT업종과 연구개발직을 중심으로 법 개정 요구가 많다”고 설명했다.

IT업계에서는 ‘시한부 규제샌드박스’를 끝낼 법안을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임시 허가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 법령 정비에 착수하도록 의무화하고 유효기간 내에 법령 정비가 끝나지 않으면 끝날 때까지 일단 유효기간이 연장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지금은 ICT 규제샌드박스를 받아도 일단 최장 4년만 허용돼 4년 뒤 호흡기를 떼고 다시 죽으라는 ‘시한부 산소호흡기’를 달아준 데 불과하다”면서 “실증특례나 임시허가를 받은 서비스가 국민 생명이나 안전 등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법 개정 전까지 허가한다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중소기업 지속성장 생태계 조성을 위한 △환경규제 개선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소기업자 지위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중 노동·환경 분야 규제개혁이 절실한 입장이다. 올해 계도기간이 끝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대표적이다. 화관법에 따르면 유해화학물질 취급업체가 영업허가를 얻기 위해서는 △장외영향평가 △취급시설 검사 △전문인력 채용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각 절차마다 많게는 수천만원의 비용과 수개월의 시간이 소모된다는 점에서 영세한 뿌리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맞추기가 녹록지 않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국회가 코로나 위기를 이겨내고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기 위해 창의적인 도전을 제약하는 규제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또 경쟁국에 비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세제와 경직된 노동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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