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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내에서의 수능 출제’를 강조하면서 당장 오는 11월 치러질 2024학년도 수능 난이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교육과정 내에서의 출제를 강조한 만큼 쉬운 수능이 될 것이란 예측에 힘이 실린다. 반면 수능이 쉬워질 경우 재수·반수생이 늘고, 풍선효과로 인한 내신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부작용도 거론된다. 수능 변별력을 함부로 낮추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동시에 제기되는 이유다.
◇“교육과정 외 출제, 사교육 의존하란 것”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2024학년도) 수능은 11월 16일 치러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발언은 시험이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나온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다루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며 교육부를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입 담당 국장까지 교체한 교육부는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대한 압박에 돌입했다. 총리실과 합동으로 평가원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평가원은 1998년 교육과정 연구와 각종 학력평가를 위해 설립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이다. 교육부가 매년 평가원에 200억원에 달하는 수능 관련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감사를 하려면 총리실 동의가 필요하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평가원이 총리실 산하 출연기관이라 총리실과 합동으로 감사 대상·기간·방식 등을 구체화해서 확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평가원에 대한 감사 카드까지 꺼내든 이상 올해 수능은 전년 대비 쉬워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국어 독서 문항에서 생명과학·국제경제 등 타 교과목의 지식을 요하는 지문은 줄고 대신 교과서·EBS 지문을 활용하는 문제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학에서도 정답률이 5%도 되지 않는 초고난도 문항 수는 축소될 전망이다.
다만 수능이 쉬워질 경우 반수생이 늘어나고 최상위권 변별력이 저하, 의대 쏠림이 지금보다 심화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생긴다. 특히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학생이 증가할 경우 오히려 수험생 간 경쟁은 고교 내신으로 확대될 수 있다. 대입에선 특정 전형요소 비중을 높이면 다른 요소의 영향력이 커지는 ‘풍선효과’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입 ‘풍선효과’도 우려…수습 나선 정부
교육부가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해명한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장상윤 차관은 ”수능 난이도를 조절하자는 의도가 아니며 출제 범위에 대한 것”이라며 “설령 어려운 문제가 출제돼도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출제돼야 한다는 게 기본 기조”라고 했다.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내지 말라는 것이지 난이도를 낮추란 뜻은 아니다라는 해명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해 수능 수학 문항 46개 중 8개가 고교 교육과정의 수준·범위를 벗어나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수능 채점 결과 수학은 어렵게, 국어는 쉽게 출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수능은 쉬워질 것으로 본다”라며 “평가원이나 수능출제위원들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킬러문항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도 오는 9월 6일 치러질 모의평가에 대해 “EBS 교재·강의와 모의평가 출제의 연계는 간접 방식으로 이뤄지며 연계 교재에 포함된 도표·그림·지문 등을 통해 연계 체감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