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대책 콧방귀 뀐 '강남 부자'…한남동으로 갔다

황현규 기자I 2021.02.23 06:00:00

현금청산 우려 없는 민간재개발로 관심 쏠려
민간재개발이 오히려 희소성 줘
프리미엄 3000만원 이상 뛰었다
주택가 빌라는 매수 끊겨…공인중개사 “이사 갈 판”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3구역에는 대지지분 208㎡에 달하는 상가주택이 36억원에 나왔다. 대출 가능액 10억원 규모에 임대보증금 3억2000만원을 제외해도 초기투자금 2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결국 현금부자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매수 문의가 하루 2~3통 이상 온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의 설명이다.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한남3구역은 시공사까지 선정한 민간 재개발 사업지다보니 현금청산 우려가 없다”며 “그러다보니 2·4대책 후 오히려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2·4대책 이후 민간 재개발 사업지 빌라로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공공주도 재개발 사업지의 경우 2월 4일 이후 매수할 시 현금청산의 우려가 있지만, 민간 재개발은 제외되기 때문이다. 2·4 대책 후 시세가 3000만원 가량 뛰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모습(사진=연합뉴스)
2·4 대책 후 ‘피’가 뛴 한남·성수·장위…“매물이 없다”

19일 정비사업계에 따르면 최근 장위뉴타운(장위10구역) 빌라(대지 지분 50㎡) 매물이 10억 5000만원에 나왔다. 감정가액 3억원과 비교해 웃돈(프리미엄·피)이 7억원 이상 붙은 매물이다. 이 구역은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민간 재건축을 확정한 구역이다. T공인은 “2·4 대책 이후 매수 문의가 더 늘었다”며 “재개발은 그나마 저렴하게 새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달 전과 비교해 웃돈이 5000만원 가량 뛰었다”고 말했다.

장위뉴타운은 총 15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 중 3·4·6·10·14구역은 민간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중 3·14구역은 사업 초기 단계라 시세가 높게 형성하진 않았으나, 작년 초와 비교해 2배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 대지지분 20㎡ 기준 시세가 올해 초 3억원에서 6억원으로 뛰었다. 인근 B공인은 “비록 사업초기이긴 하지만 민간 재개발로 방향을 잡은 만큼 2·4대책과는 무관한 사업지”라며 “현금청산 리스크가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덩달아 가격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특히 강남권 현금부자들은 용산구 한남뉴타운과 성수전략지구에 몰린 상황이다. 한남3구역은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고, 초고급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고급주택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대지지분 60㎡의 매매가는 20억원 수준에 형성해있다. 그러나 해당 아파트가 추후 한강 인접 대형아파트로 분양될 시 최소 시세 30억원을 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또 관리처분인가까지 앞두고 있어 공공주도 재개발 우려도 없다. 인근 C공인은 “매물이 없다. 2·4대책 발표로 오히려 민간 재개발의 희소성만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수전략지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50층 건립이 무산됐는데도 민간 재개발에 한강 조망권 이미지까지 더해져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현금 청산 우려가 없는 민간 재개발로 매수문의가 쏟아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고급 주택을 노린 한남동과 성수전략지구로 강남 부자들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현금청산 당할라”…죽어버린 봉천·자양 빌라 시장

그러나 이미 민간 재개발로 진행할 채비를 갖춘 구역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빌라는 매수세가 끊긴 상황이다. 2월 4일 이후 매수한 주택의 경우 추후 공공주도 재개발로 진행시 현금청산을 당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관악구 봉천동의 한 신축빌라는 2·4대책 이후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 1월까지만 해도 6억 5000만원에 나왔던 전용 49㎡짜리 A빌라는 최근 호가를 3000만원 내렸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해당 구역은 아직 재개발 소식이 없는 노후 단지촌인데, 추후 공공주도 재개발을 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매수를 꺼리고 있어서다.

신축 빌라가 몰려있는 광진구 자양동 사정도 비슷하다. 신축빌라가 많기로 손꼽히는 자양동 일대에도 집주인을 찾지 못하고 공실로 남아 있는 빌라가 쌓이고 있다. R공인은 “아예 공인중개사무소를 옮겨야하나 생각이 들 정도”라며 “지금 집사면 나중에 현금청산 시킨다는데 누가 집을 사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일부 매수자들은 ‘설마 현금청산 당하겠냐’며 매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꺼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4대책 때 불거진 현금청산논란으로 오히려 또 다른 풍선효과가 생기고 있다”며 “웬만한 빌라 시장은 다 죽고, 신축아파트·민간재개발 사업지로 매수가 쏠리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현금청산 논란에 대해 “투기 수요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라며 “보완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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