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의 과학 라운지](48) 가장 무서운 동물 '모기'는 왜·어떻게 흡혈할까?

이연호 기자I 2019.09.22 10:44:19

말라리아, 뎅기열 등 질병 전파 통해 전 세계서 연간 100만 명 이상 목숨 앗아가
산란에 필요한 철·단백질 획득 위해 암컷 모기만 흡혈…6개 침 협업 통해 피 빨아
모기 체내 질소 분해 효소 통제 통해 산란 조절 가능성 대두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동물은 무엇일까. 사나운 맹수가 아닌 작은 곤충 모기다. 모기는 사람을 비롯한 동물의 피를 빨며 말라리아,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일본뇌염 등 치명적 질병을 옮기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기에 물려 목숨을 잃는다. 모기가 사람을 무는 이유는 번식을 위해서다. 사람을 무는 모기는 암컷 모기다. 그것도 산란기의 암컷 모기만 문다. 수컷과 비산란기의 암컷은 꽃의 꿀(nectar)이나 식물의 즙에서 영양분을 얻는다.

암컷 모기가 성충이 돼 수컷 모기와 짝짓기를 하게 되면 암컷 모기는 동물의 피를 찾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와 조류 같은 따뜻한 피를 가진 동물의 피에는 자신들의 알의 생성과 성숙에 필수적인 철(Fe)과 단백질이 있기 때문이다.

모기는 흡혈을 할 때 총 6개의 침돌기를 사용한다. 6개의 침은 인간의 살을 찢는 톱 역할을 하는 2개의 바늘, 벌어진 틈을 고정시키는 2개의 지지대, 혈관에 침을 넣는데 사용하는 1개의 침관 그리고 혈액을 뽑아 먹는 1개의 관으로 이뤄져 있다.

윙윙거리며 날아 인간의 몸에 착지한 모기는 2개의 톱을 이용해 인체에 작은 상처를 낸 후 그 좁은 틈을 2개의 지지대로 고정시킨다. 이어 침관을 통해 침을 넣는다. 모기는 원활한 흡혈을 위해 자신의 침을 통해 피의 응고를 막는 ‘히루딘’이라는 화학물질을 주입한다. 우리 몸은 이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히스타민’을 분비하고 이 히스타민은 우리 몸을 가렵게 만든다.

모기는 흡혈 후 약 22~35시간이 지나면 소화 효소를 활성화해 혈액 속 단백질을 분해한다. 단백질이 분해되면 질소가 생성이 되고 모기는 이 질소를 또 다른 효소를 이용해 암모니아 즉 일종의 소변 형태로 배출해야 한다. 질소 찌꺼기를 몸에 계속 갖고 있으면 해롭다.

과학자들은 조작을 통해 해당 효소의 생성을 통제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즉 질소 찌꺼기를 암모니아로 제때 배출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랬더니 모기는 피를 소화하는 능력이 떨여졌고 모기 알의 수도 적어졌다. 질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없는 상태에서 소화를 하기만 하면 몸 안에 질소가 점차 쌓일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소화 효소 분비도 줄였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연관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는 모기의 산란을 유전적 수준에서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움말=이경오 과학커뮤니케이터.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상 과학 교육 프로그램인 ‘다들배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과 매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중 재밌는 내용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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