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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자원 공기업…"공적자금 투입해 회생" Vs "자구노력부터"

김형욱 기자I 2020.03.26 05:00:00

부채비율 증가 속 자금조달 환경도 악화
"고강도 자구노력…자원개발 정상화해야"
코로나19로 자산매각 통한 부채 상환 계획도 차질
산업부 "국민 부담 줄인 후 공감대 얻는 게 우선"

꼬브레 파나마 광산 전경. 한국광물자원공사 제공
[이데일리 김형욱 김상윤 기자]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원 공기업들은 MB정부 당시 추진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앞장서 뛰어들었다가 잇딴 사업 실패로 10년 넘게 빚더미에 눌려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판단과 당시 경영진의 무리한 실적경쟁이 낳은 결과다. 그러나 에너지업계에서는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쌓은 해외자원개발 경험을 사장시키는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원 공기업 회생을 위해 공적자금 투입 등 적극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정부는 현재의 위기가 과거 자원개발 투자 실패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수십조 수업료 치룬 자원개발 명맥만 유지

이들 자원 공기업 3개사는 모두 10년 남짓 고강도 자구 노력을 이어왔다. 석유공사는 2014년부터 7년째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거의 매년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올해도 본사 3급 이상 상위직(264명) 중 12명, 해외 자회사 직원도 추가로 104명 감축한다.

이들 자원 공기업은 이 과정에서 자원개발 역량이 약화하는 걸 우려하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인 광물공사는 추가 투자가 불가능한 탓에 손을 놓은지 오래고 물론 석유공사도 동해지역에서 가스전을 유지하고 개발하는 수준에서 산유국 명맥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에너지자원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 5대 석유 수입국이지만 주변국인 중국, 일본과 비교하면 자원개발에 너무 소극적”이라며 “조금이라도 공급자 역할을 해야 산유국에 대한 일방적 의존 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의 동해 대륙붕 탐사 모습. 석유공사 제공
에너지·자원업계에서는 석유 수입·판매자의 부담금 등으로 이뤄진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에특회계)를 활용해 자원 공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져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에특회계는 2020년 예산 기준 5조6000억원이고 이중 1조4000억원은 정해진 사용처가 없어 정부 금고 역할을 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금)에 예탁할 예정인 여유 재원이다.

물론 공적자금 투입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과거 정부 정책의 실패에 대한 반성이나 자구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3개사는 2017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에 ‘해외자원개발 추진 실태와 반성, 그리고 과제’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과거 자원개발 투자 부실에 대한 반성과 함께 자산 매각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을 담았다. 일종의 반성문이자 회생계획안이다.

그러나 이들은 경영 정상화의 핵심인 자산 매각이 지지부진한 탓에 경영 정상화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광물공사는 꼬브레파나마 동(구리) 광산 지분 10%를 매각한다는 계획이지만 지난해 8월 마지막 공개입찰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 탓에 유찰된 이후 아직 이렇다 할 진척이 없다.

자본잠식 상태인 광물공사를 살리기 위해 광해관리공단과 합병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광해관리공단은 강원랜드의 최대주주로서 자금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해관리공단이 광물공사 부채부담을 떠 안는데 대한 반대 여론 때문에 여전히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석유공사 역시 북해에서 가스를 채굴하고 있는 다나 페트롤리엄(DANA Petroleum)사 같은 우량자산에 대한 투자 유치와 EP에너지나 캐나다 하베스트(HOC) 같은 비핵심자산 지분을 매각해 부채비율을 줄일 계획이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게다가 최근 들어 유가 급락과 국제 경제침체로 제값 받고 팔기 더 어려운 상황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자원공기업 3사 부채 현황. 알리오 제공
◇“자구노력부터” Vs “정책실패 공기업에 전가”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2019~2023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통해 이들 3사의 부채비율이 2023년엔 2019년 대비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공사의 경우 부채비율이 2018년 2287%에서 2019년 1219%로 줄어들고 2020년 이후부터는 500%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론 정반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은 2019년 3021%로 오히려 폭증했다. 부채가 156억2900만달러에서 156억6000만달러로 늘어난 반면 당기순손실로 인해 자본금은 6억8300만달러에서 5억1800만달러로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와 유가 급락이란 대형 악재까지 겹쳤다.

이처럼 자구노력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공적자금 투입 등을 통한 회생방안에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과정에서 대규모 부실을 낸 자원 공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무마할 명분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에너지 업계에서는 정책 실패의 책임을 공기업에만 떠넘겨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자원 공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굳이 에특회계가 아니더라도 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를 위해선 이들 기업이 우선 앞서 약속한 계획을 철저히 이행해 국민 부담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헌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겸임교수는 “자원 공기업의 과거 무리한 투자는 잘못된 일이지만 자원개발의 부가가치와 전후방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며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국가 차원의 자원개발 역량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과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만 계속 떠넘길 순 없다”며 “투자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투입한 공적 자금도 10~20년 후 민간에 되파는 방식으로 회수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원 공기업 3사 부채비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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