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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놓고 의료계 줄소송…갈등 매듭 Vs 불씨 확대 촉각

성주원 기자I 2024.03.17 11:38:29

교수협 이어 전공의·의대생 후속소송 줄이어
행정법원, 22일 2차 집행정지 사건 심문 예정
1차소송 각하 가능성…이르면 이달 내 결론

[이데일리 성주원 백주아 기자] 정부와 의료계간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에 이어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후속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와 의대 학생, 수험생 등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대 입학정원 증원 처분 집행정지 사건 심문이 이번 주 진행된다. 향후 사법부의 판단이 의대 증원 논란을 매듭지을지, 아니면 사회 갈등의 불씨를 키울지 주목된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의료 탄압 중단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방인권 기자)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오는 22일 전공의, 의대생 및 의대 교수, 수험생 대표 5명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입학정원 증원 처분 집행정지 사건의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이는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 발표를 두고 제기된 두번째 집행정지 신청 사건이다. 지난 5일 전의교협 측이 의대 증원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일주일 뒤인 지난 12일에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전공의와 의대생, 의대 교수, 수험생 대표들이 같은 취지의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14일에는 전국의 수험생과 의대생, 의대 교수를 포함한 914명이 3번째 소송을 접수했다.

전의교협이 제기한 1차 집행정지 사건의 심문은 지난 14일 이뤄졌다. 전의교협 측은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며 집행정치를 촉구했다.

전의교협 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고등교육법상 아무 권한이 없는 무관한 보건복지부 장관이 2000명 증원을 결정해 통보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위법해 무효”라며 “지난해 4월 이미 대학의 기본계획이 정해진 상황에 의대 증원의 직접 당사자인 학생과 전공의 교수와 협의하지 않고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교육부 장관이 대입 사전 예고제도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 측은 “의대 증원은 복지부 장관의 보건의료정책상 결정으로 고등교육법에 위배 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의대 교수들은 대학의 입학정원을 다툴 만한 원고로 ‘적격성’이 인정될 수 없다”며 집행정지 신청요건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대 정원은 27년 동안 증가가 없었고 지역 격차, 지방 중소병원 구인난 등 보건 의료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현재를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모습. (사진= 노진환 기자)
법조계에서는 전의교협 측의 집행정지 신청은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임무영 변호사(임무영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아직 정부의 증원 ‘처분’이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집행정지를 할 행정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는 원고 적격은 수험생들이나 의대 재학생들로 봐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의대 교수가 주체가 된 집행정지 신청은 원고 적격이 없어서 각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 미충족 시 본안 심리 없이 소송 절차를 마무리하는 결정이다.

이민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법률사무소 헤아림 변호사)도 “행정소송 제기를 하기 위해서는 ‘원고 적격’과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는 2가지 법적요건이 갖춰져야 한다”며 “이번 사안에서 원고 적격이 있을지에 대해 소극적으로 판단받을 가능성이 높고, 처분성도 인정을 받기는 조금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1차 집행정지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이르면 이달 마지막주 중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병철 변호사는 지난 14일 심문 종료 후 “2차 소송의 집행정지 심문기일까지 마치고 그 다음주쯤 법원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수험생들이 낸 2차 소송은 원고적격이 당연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의장은 “이번 판결은 현재의 혼란을 막고 의료계와 정부가 조건없는 협의에 이를 수 있게 하는 정말 중요한 판결”이라면서 “제자인 의대생과 전공의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고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됐던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 입시에서 5058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지난달 22일 교육부는 의과대학을 설치·운영하는 전국 40개 대학에 공문을 보내 2025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수요를 지난 4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은 모두 340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 이는 현재 총정원(3058명)보다도 343명 많은 수치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후 전공의 집단사직과 의대생 동맹휴학이 이어진 가운데 지난달 27일 서울 한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졸업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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