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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미국 텍사스 덮친 전기요금 폭탄, '강 건너 불' 아니다

논설 위원I 2021.02.23 06:00:00
기록적 한파로 대규모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상당수 산업 시설이 가동을 중단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은 미국 텍사스주에서 주민들이 ‘전기요금 폭탄’고지서를 받아들었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폭탄 고지서를 받은 주민들은 모두 민간 전력회사의 변동요금제를 쓰고 있는데 전력 공급이 달리면서 평소 월 200달러 안팎의 요금이 6000~7000달러까지 폭등한 사례가 속출했다는 것이다. 1만 7000달러(약 1880만원)고지서를 받은 주민도 나왔다.

텍사스주는 발전소가 곳곳에서 멈추면서 4만 5000㎿의 전력 공급이 끊겼는데 화력발전 원료인 천연가스의 관이 얼어붙은 데다 발전 비중 33%의 풍력 발전소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사태를 더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주 전체의 블랙 아웃을 막은 것은 3기의 원자력 발전이 풀 가동한 덕분이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천연가스와 풍력 발전을 늘려온 텍사스주가 이런 대란에 빠진 것에 대해 ‘좌파 기후 어젠다의 역설’이라고 꼬집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대재난지역으로 선포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은 텍사스주의 참사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강행 중인데 이어 국회에서는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등 31명의 의원이 발전사업자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원자력·석탄 발전 기업의 사업권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법안이 시행되면 건설 중인 신규 석탄발전소 7기 중 강릉과 삼척 발전소의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 공정률 67%인 강릉 발전소에는 약 2조 8000억원이, 36%인 삼척 발전소에는 2조 7000억원의 투자비가 들어간 상태다.

우리나라에도 한파가 닥쳤던 1월 초의 2주간 전력소비 피크 시간대에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량 비중은 모두 1%에 지나지 않았다. 태양광·풍력 등의 발전설비 용량 비중(15.8%)에 비하면 필요할 때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장기적으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가 전력공급의약 절반(2020년 46.3%)을 차지하는 원전과 석탄 발전을 제쳐 놓고 신재생에너지라면 무조건 ‘옳다’는 식의 편향된 정책은 곤란하다. 잠재적 고통과 경제적손실이 너무도 커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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