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돈의 가치변화를 주목하라

권소현 기자I 2020.09.15 06:00:00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자본이 생산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큰 자본 없이도 소비자 기호변화를 살펴 기술을 개발하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사회에 이바지하며 부를 축적할 기회가 열린 셈이다. 빈부격차 심화로 경제적 신분이동이 제약되는 상황에서도 큰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시대’가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돈과 관련한 새로운 변화 두어 가지만 보자.

첫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요소 가운데 기술과 정보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자본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대규모 시설과 장비를 동원하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대량생산 과정에서 독과점 이익을 차지했다. 오늘날은 남보다 빠른 아이디어로 소비자가 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조그만 창고에서 작은 자본으로도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1세기 들어서면서부터 전 세계 신흥거부들 중에 큰 자본을 투입하여 큰돈을 번 거부들은 없어지고 소비자를 위한 창조적 아이디어로 큰 자본 없이도 큰 부를 일궈냈다. 쉽게 말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기술과 정보가 더 큰 몫을 차지하는 시대로 변해가며 생산요소로서 자본이 기여하는 몫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예로부터 돈이 돈을 번다고 하지만, 돈 없이도 연구·노력하는 사람에게 돈 벌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가치 또한 실물자산보다 무형자산 가치를 보다 중시하면서 장부가치가 아닌 (기대)수익가치를 과거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광경이 각국 증권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둘째, 유동성을 확대해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현상이 21세기 들어서면서 뚜렷해졌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돈을 마구 풀어도 물가가 오르지 않아 선진국 중앙은행 책임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거의 무제한으로 돈을 풀어도 물가가 오르지 않으면서, “물가는 언제나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라는 통화주의(通貨主義) 강령이 무색하게 되었다. 기술혁신으로 생산원가가 점점 낮아지는 데다 생산자와 소비자 직거래로 유통단계가 줄어들며 중간 차익이 줄어 물가가 오르지 못한다. 다시 말해 화폐수량설(MV=PY)에서 유동성(M)을 완화해도 돈이 도는 속도(V)가 떨어지면서 물가(P) 상승압력이 줄어들었다. 빈부격차 심화로 소비수요기반이 취약해져 물가가 오르지 않는 원인의 하나이기도 하다. 개방화로 역내·외 생산물 이동이 빨라져 기후변화 같은 일시적 수급불균형 현상에 따른 현저히 줄어들었다. 독과점업자의 고가정책 횡포도 어느덧 한계에 이르렀다.

셋째, 거시경제상황과 관계없이 외국인 움직임에 따라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불협화음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외국인포트폴리오투자(FPI) 자금이 빈번하게 유·출입되면서 금리·주가·환율이 거시경제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벌어진다. 통화정책의 파급효과가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지며, 금융부문이 실물부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금융과 실물의 괴리’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까닭이다. 성장, 물가, 국제수지 등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상관관계가 불분명해지고 있어서 통화관리 방향을 제대로 잡기가 어려워졌다. 2~3년 전인가, 경기수축기임에도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가 오르지 않아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한다”는 고민을 한다는 보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후진국일수록 정치적 압력과 경제적 당위성 사이에서 고뇌하다보니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펼치기보다는 오히려 거시경제상황과 어긋나게 펼치는 경우가 상당하다. 예컨대, 경기 과열상태에서 지속적 경기부양을 위하여 유동성을 팽창시킨다든지, 경기가 수축되는 상황에서 부동산시장 조율을 위하여 (기준)금리를 인상하려 드는 경우다. 돈의 가치변화가 경제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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