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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주의 마스터스, 그 속에 감춰진 비밀들[생생 마스터스]

주영로 기자I 2024.04.08 16:00:07

오거스타GC 속 비밀의 장소 ‘버크맨 플레이스’
클럽하우스의 특별한 공간 '크로우 네스트'
벤호건의 다리와 골프의 전설들
캐디복과 숫자의 의미..1번은 디펜딩 챔피언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12번홀은 티박스에서 그린으로 가기 위해선 벤호건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하 오거스타)은 신비의 장소로도 유명하다. 워낙 폐쇄적인 운영으로 회원과 회원이 초청한 게스트가 아니라면 이 코스에서 라운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일반 골퍼들에게 오거스타는 비밀의 공간과도 같다. 이 클럽이 유일하게 문호를 개방하는 시간은 마스터스 대회. 그것도 단 일주일이다. 이에 해마다 수십만명의 관람객이 오거스타로 향한다. 수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오거스타를 하나씩 들춰보는 것도 마스터스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다.

오거스타GC 속 비밀의 장소 ‘버크맨 플레이스’

5번홀 페어웨이 뒤에는 ‘버크맨 플레이스’(Berckmans Place)가 있다. 큰 건물 안에는 무료로 음식과 음료, 맥주 등을 마실 수 있는 5개의 레스토랑과 펍 등을 갖춘 VIP 공간, 업무를 볼 수 있는 비즈니스룸, 기념품 판매점 등이 들어서 있다. 또 간단하게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코스를 맛볼 수 있도록 7번과 14번 그리고 16번홀을 축소한 복제 코스가 있고, 흰색의 캐디복을 입은 캐디가 퍼팅 그린의 경사를 봐주기도 한다.

이곳 역시 모두에게 개방된 곳이 아니다. 버크맨 플레이스에 입장할 수 있는 골퍼는 매우 한정적이다. 입장권의 가격은 약 6000달러(약 812만원)에서 1만달러(약 1353만원)에 이른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입장권은 마스터스 후원자(패트런) 또는 후원기업을 대상으로만 판매해 쉽게 구하기도 어렵다.

버크맨 플레이스 안에 있는 레스토랑은 마스터스와 골프클럽의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회원이기도 한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별명 ‘아이크’로 불리는 식당과 오거스타의 코스 설계가인 앨리스터 맥킨지의 이름을 딴 스포츠바 등이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이 장소를 짓는 데만 약 3000만달러(약 406억원)를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액을 들였으나 1년 중 마스터스가 열리는 일주일 동안만 문을 연다.

클럽하우스의 특별한 공간 ‘크로우 네스트’

마스터스는 8명의 아마추어 선수를 초청한다. US아마추어 챔피언과 준우승자, 브리티시 아마추어 챔피언십과 아시아 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 라틴 아메리카 챔피언십, US미드 아마추어 챔피언과 NCAA 디비전 남자부 우승자 등이다.

이들에게는 특별한 혜택이 주어진다. 바로 클럽하우스 맨 꼭대기에 있는 다락방을 숙소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 방의 공식 이름은 ‘까마귀 둥지’(Crow‘s Nest)다. 지붕 아래 있는 방이라는 뜻도 있지만, 앞으로 골프계를 뒤흔들 ‘까마귀’라는 의미에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방의 크기는 대략 10평 정도로 크지 않다. 호텔 같은 시설은 아니지만, 2개의 침대 등이 있다.

이곳을 거쳐 간 선수는 대부분 골프계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1995년에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하면서 까마귀 둥지에서 머물렀고, 잭 니클라우스와 톰 왓슨, 필 미켈슨 같은 당대 최고의 아마추어 선수도 이 방을 거쳐 갔다. 한국 선수 가운데에선 2022년 방신실이 까마귀 둥지에서 지냈다.

벤호건의 다리와 골프의 전설들

12번홀(파3) 티박스에서 그린으로 가기 위해선 이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의 길이는 길지 않지만, 돌다리에는 초록의 인조 잔디가 깔려 있다. 이 다리를 건너며 바라보는 12번 홀의 그린 풍광은 오거스타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로 꼽힌다. 연습에 나선 선수들이 이 다리에 서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벤호건의 다리(The Hogan Bridge)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1953년 대회에서 호건이 274타를 기록해 우승한 것은 기념하기 위해서다. 호건의 기록은 1965년 잭 니클라우스에 의해 깨졌으나 그가 이룬 업적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아직도 ‘벤호건의 다리’로 불린다.

이외에도 12번홀 그린에서 13번홀 티박스로 향하는 곳에 설치된 ‘넬슨 브릿지’(Nelson Bridge)와 15번홀 페어웨이와 그린을 잇는 ‘사라젠 브릿지’(Sarazen Bridge)가 유명하다. 사라젠은 1935년 대회 때 이 홀에서 앨버트로스를 기록했다.

코스 내엔 아널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의 이름으로 설치된 2개의 탑이 있다. 16번홀 티잉 그라운드 근처에 ‘아널드 파머 플라크’(Arnold Palmer Plaque), 16번홀과 17번홀 사이에 ‘잭 니클라우스 플라크’(Jack Nicklaus Plaque)가 설치돼 있다. 이 두 곳은 물을 마실 수 있는 음용수대로 활용되는 데, 갤러리들에겐 약속의 장소로도 활용된다. 아널드 파머 플라크는 4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기념해 1995년, 잭 니클라우스 플라크는 1963년 23세의 나이로 마스터스를 우승한 것을 기념해 1998년에 세워졌다.

캐디복과 번호의 비밀

우승자에게 수여하는 그린재킷만큼 하얀색 점프수트의 캐디복 또한 마스터스의 상징 중 하나다. 여기에도 비밀이 있다. 캐디가 입는 유니폼에는 선수의 이름과 함께 숫자가 적혀있다. 등에 선수의 이름, 앞에는 오른쪽 가슴에 오거스타의 로고와 왼쪽 가슴에 번호를 새긴다.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두 가지다. ‘1’은 주인이 정해져 있다. 바로 전년도 챔피언의 캐디에게 주어지는 번호다. 따라서 올해 캐디복 1번의 주인공은 존 람의 캐디다. 이후부터는 골프장에 도착해 등록한 순서대로 번호를 받는다.

우승을 부르는 행운의 번호도 있다. 6번과 52번은 각각 3번씩 우승했다. 벤 호건(1951년)과 게이 브뤼어(1968년), 세베 바예스테로스(1983년)는 6번을, 게리 플레이어(1961, 1978년)와 벤 크렌쇼(1984년)는 52번을 달고 우승했다.

존 람(오른쪽)이 마스터스 우승을 확정한 뒤 캐디 애덤 헤이즈와 손을 맞잡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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