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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치열했던 대담을 담은 책 ‘리셋 대한민국’(오픈하우스)이 최근 출간됐다. 서로 다른 정당의 정치인이 함께 대담집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세대 전환의 필요성부터 부동산 정책·기술변화에 대한 대비·기후변화·자본과 노동 등에 대해 차례로 다뤘다. 이들은 24일 온라인 줌으로 책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담집 출간 소감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1시간 넘게 이어진 간담회에서 이들은 “같은 정당을 하긴 힘들지만 종종 술은 함께 마실 것”이라며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였다.
우 박사는 “박 의원과 김 의원 모두 초면이나 다름 없었다”며 “첫날까진 어색한 분위기에서 대담이 제대로 이뤄지긴 할까 우려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루가 지나고 탈원전, 수소차 등에 대한 논의가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특히 책에서는 짧게 다뤄졌지만 탈원전을 두고 입장이 극명히 달랐다. 박 의원은 60년에 걸쳐 진행하는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지지했다. 이에 김 의원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월성 1~4호기는 폐쇄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박사는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은 밀실 정책”이라며 “전두환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기본소득’을 두고는 일반적인 여야의 입장이 전복되는 흥미로운 일도 생겼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자는 제도로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진보 정당을 중심으로 나오는 주장이다. 이번 대담에서는 달랐다. 우 박사는 “오히려 김 전 의원이 기본소득에 대해 훨씬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기술변화에 대한 파급효과로 고용이 소멸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며 “이를 위해서 기본소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다양한 기본소득 모델을 경합해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진보 정당과는 다른 시각을 보였다.
이들은 이번 대담집의 가장 큰 성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라도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각자 진보·보수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박 의원은 “보수 정치 세력이 최근 국민의 선택대상이 못 되는 건 미래 문제에 대해 과감하고 책임있는 모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김 의원은 진보 정권을 향해 “주류 진보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절대 선’이라는 확신을 보인다”며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항쟁 시절의 세계관 역시 여전히 보인다”며 “바뀐 세상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