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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 "60대가 나에겐 결혼적령기...다양한 결혼형태 존재해"

김은비 기자I 2020.12.08 06:00:00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출간
"청년세대 선택지 적어 안타까워"
"결혼에 있어서 '혼자있는 힘' 중요해"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한비야 인터뷰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지금 생각해보면 60대가 나에게는 결혼 적령기였던 셈이죠.”

‘바람의 딸’ 한비야(63)는 자신의 결혼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각자의 결혼 적령기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한비야는 60세까지 활발하게 전 세계 오지를 탐험하고, 긴급 구호 현장을 돌아다니며 비혼으로 지냈다. 그랬던 그는 지난 2017년 결혼 소식을 알렸다. 긴급 구호 현장에서 동료로 만나 20년 넘게 인연을 쌓아온 안토니우스 반 주트펀(안톤)이 그 상대였다.

느지막한 나이에 결혼 소식으로 화제를 모았던 한비야의 결혼 생활도 다소 특이하다. 올해로 결혼 3년차를 맞이한 이들 부부는 ‘3·3·6타임’이란 규칙을 정해 1년에 3개월은 한국, 3개월은 안톤의 나라인 네덜란드에서 함께 지내고 나머지 6개월은 각자 나라에서 산다. 돈·집안일·계획 등은 ‘50대 50’ 규칙에 따라 절반으로 나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부부의 모습과 다소 달리 자발적으로 ‘장거리 부부’를 택하고, 칼같이 절반을 지키는 부부 생활이 신기하게 느껴질 수 있다.

부부는 최근 이런 결혼 생활을 담은 책 ‘함께 걸어갈 사람이 생겼습니다’(푸른숲)를 출간했다. 한비야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20~30대 젊은 세대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결혼 생활도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출간 이유를 설명했다. 한비야는 “삶에는 여러 형태의 관계가 있고, 자신의 조건·상황·지향점이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나는 30대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전통적 방법을 택했다면 파탄이 났을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이어 “지금 청년 세대에게는 결혼과 관련해 선택지가 너무 적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책을 쓰기 위해 한비야는 안톤과 오래전 주고받았던 문자·이메일 그리고 썼던 일기를 모두 뒤졌다. 기억을 되새기면서 한비야는 빠른 추진력을 가졌던 자신과 원칙주의자인 안톤이 어떻게 동료에서 연인으로 발전했고, 사소한 의견 충돌을 극복하고, 부부가 됐는지를 가감없이 썼다. 한비야는 “한 공간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 확보하기, 오전 10시 전 부정적 대화 금지 등 싸우지 않기 위해 고안한 다양한 대처법이 나온다”며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안톤은 나의 성장 촉진제가 됐다”고 말했다.

한비야는 결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설적이게 “혼자있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결혼은 자기 반쪽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불완전한 두 개의 반쪽이 모여서 비로소 하나의 완전체가 된다는 것이다. 한비야는 “내 생각은 다르다”며 “결혼은 혼자로도 이미 완전체가 돼야 둘이 있어도 완전하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비야는 ‘과일 칵테일’에 결혼을 비유했다. 각기 고유한 맛을 가진 과일들은 조화롭게 섞일 때 그 맛이 풍부해진다. 하지만 한쪽이 너무 많으면 일방적으로 흡수나 동화가 일어난다. 결혼도 마찬가지란 것이다.

혼자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 한비야가 택한 방법은 ‘일기 쓰기’였다. 그는 “오로지 혼자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 내 생각과 참고할 만한 생각들을 쭉 일기에 정리한다”며 “중요한 것은 핸드폰도 없이 나에게만 집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오랜 시간 이어온 일기 쓰기 습관 덕분에 스스로의 판단과 결과에 대한 믿음도 생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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