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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상대에게 눈을 감도록 하고 손바닥에다 대고 똑같이 손가락을 찔러 보자. 상대는 이번엔 귀신같이 당신이 찌르는 데 사용한 손가락의 개수를 알아챌 것이다. 손에는 등과 반대로 감각수용기가 많은 것이 그 이유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이 어떤 특정한 사람을 구별해 내기 위해 손으로 그 사람의 얼굴을 만진다든지 점자를 읽을 때 손가락 끝으로 읽는다든지 등의 행동엔 이 같은 이유가 있다.
압각이란 피부 감각의 하나로 피부나 점막을 압박하거나 당기거나 하는 등의 자극을 했을 때 그 표면에 작용하는 압력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감각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촉각과는 지속성, 강도, 도달 깊이 등에 따라 구별된다. 즉 좀 더 지속적이고 강한 자극이 피부 표면이 아닌 심부에 생기는 감각을 압각이라고 하고 피부 표면에 일어나는 상대적으로 일시적이고 약한 자극을 촉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촉각과 압각이 항상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촉각이 압각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압각은 자극을 받은 부분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극이 가해지는 부위와 그렇지 않은 부위와의 경계면에서 피부가 변형되는 부위에 압력의 차이로 생기는 감각이다. 압각을 일으키는 최소 자극인 자극역은 자극의 적용 속도가 클수록 낮아진다. 아울러 감각점이 빽빽하고 자주 사용하는 손발가락 끝이나 혀끝에 가까워질수록 낮아진다. 전문 용어로는 압각을 느끼는 타원형의 수용기관을 ‘파터-파치니소체(Vater-Pacini corpuscles)’ 또는 ‘파시니소체(Pacinian corpuscle)’라고 부른다.손발가락 끝, 혀끝 등은 다른 부분보다 파시니소체의 밀도가 높고 그렇기 때문에 압각에 훨씬 민감해서 잘 느낀다. 연인들이 키스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는 이유도 혀가 바로 파시니소체가 빽빽하게 들어찬 곳이기 때문이다. 도움말=홍성현 과학커뮤니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