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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쟁국과 거꾸로 간 조세정책, 결국 기업 발목 잡았다

논설 위원I 2021.01.13 06:00:00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근까지 기업들의 실질 법인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반기업·반시장적 입법으로 기업 활동을 옥죄고 위축시킨 정부·여당이 다른 한편에서는 조세로 기업의 성장 활력을 약화시켰음이 드러난 것이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기업들의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은 17.5%로 전년(16%)대비 1.5%포인트 상승했다. 이 비율은 2016년 14.4%이었으나 2017년 15.6%로 뛴데 이어 3년 누적으로 3% 넘게 올랐다.

법인세 실효세율은 기업의 총소득에서 법인세 납부세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따라서 실효세율 상승은 법인세율이 오르거나 공제·감면 혜택 등이 줄어 연구 개발·고용 창출 등을 뒷받침할 동력이 약화됐음을 의미한다. 문 정부 출범 후 법인세 최고세율은 종전의 22%에서 2018년 25%로 인상됐지만 감면 혜택은 지난해의 경우 8조3261억원으로 전년(9조8964억원)보다 1조5700억원(15.9%) 감소했다. 세율이 올랐어도 당근은 줄어든 것이다. 이로 인해 2016년 43조원이었던 기업의 총부담 세액은 2019년 67조원으로 55.8%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법인세 차감전 이익 증가율 42%를 크게 앞지른 수치다.

한국의 법인세 부담 증가는 각국이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인세율을 내린 세계적 추세와 어긋난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파격 인하했으며 2019년에는 그리스 등 4개국이 인하에 동참했다. 2019년에는 프랑스 등 8개국이 법인세 부담을 낮췄고 세율을 올린 나라는 한 곳도 없었다. 회원국 중 법인세율 인상 국가는 2018년 한국이 마지막이었다는 것이다.

기업의 투자·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법인세만큼 직접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고세율을 미국과 같은 21%로 낮추기만 해도 연간 실질 GDP는 33조8560억원 증가하고 10년간 13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여당은 큰 틀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업을 윽박지르는 정책과 성장 동력을 북돋울 조세 정책 중 국민 경제에 더 큰 이익을 안겨줄 것은 이미 숫자로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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