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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검사로 일한 권 변호사는 2002년 변호사로 전업한 뒤 7년을 준비해 2009년 ‘행복공장’이라는 비영리 법인을 설립했다. 행복공장은 ‘성찰’과 ‘나눔’ 두 가지 주제 아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년원 아이들과 연극 만들기는 행복공장의 ‘나눔’ 활동 중 하나다.
행복공장은 2014년 11월 서울소년원 아이들과 첫 연극을 올렸고 이후 지난 6월까지 4차례 연극을 만들었다. 연극 내용은 소년원 아이들의 실제 이야기다. 연극이 나오기까지 행복공장은 매주 3시간씩 아이들과 만나 부대끼고 친해진다. 수업은 권 변호사의 부인이자 ‘치유연극’으로 유명한 노지향 행복공장 상임이사(연극공간 해 대표)가 맡았다.
“소년원 아이들 중에는 죄의식이 없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범죄를 저지르니 놀이 같기도 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연극 통해 자신의 속마음도 꺼내보고 직접 피해자의 입장이 돼 보기도 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상처도 치유하고 타인도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죠.”
권 변호사가 가장 반가울 때는 연극을 했던 아이들에게 전화가 올 때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걸려온 전화의 대부분은 다시 죄를 지어 경찰서에 있거나 재판을 받고 있으니 ‘도와 달라’는 내용이다. 한 번은 꼭 와달라는 아이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해 고객과의 선약까지도 미루고 경찰서로 달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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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공장의 치유연극은 소년원 아이들만 대상이 아니다. 북한을 떠나온 새터민 청소년,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기지촌 할머니 등과도 연극을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소년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의 지원이 있지만 나머지는 사실상 무료봉사다.
최근 권 변호사는 소년원 아이들이 출원 후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정착프로그램’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학업·직업·부모관계 등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면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사회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소년원 아이들이 건강하게 사회에 정착한다면 우리 사회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저지를 범죄도 막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피해자도 생기지 않기 때문이죠. 또 이 아이들이 행복한 상황에서 아이를 낳아 기른다면 불행이 대물림도 되지 않을 겁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는 것, 인생을 걸고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