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넘보는 '노보 노디스크' 비결[류성의 제약국부론]

류성 기자I 2023.03.22 08:25:59

당뇨병, 비만 치료제 집중전략, 시총 삼성전자 맞먹게 성장
특정 분야 경쟁력 갖추면 얼마든지 글로벌 기업 성장
신약개발 전선확대는 덩치 작은 K-바이오에겐 자살골
선택과 집중 전략, 글로벌하게 잘할수 있는 분야 공략해야

[이데일리 류성 바이오플랫폼 센터장] 글로벌하게 거센 열풍을 불러 일으키며 비만치료약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삭센다’와 ‘위고비’는 덴마크의 글로벌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대표 작품이다. 흥미롭게도 이 2가지 비만약은 새롭게 개발한 신약이 전혀 아니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가 이전에 당뇨병 치료제로 히트시킨 ‘빅토자’와 ‘오젬픽’을 약간만 변형, 비만약으로 적응증을 확대한 것이다.

비만은 당뇨병을 일으키는 주범이기에 당뇨병 치료에 효능이 뛰어나면 비만약으로도 더없이 탁월할 것이라는 것을 임상으로 입증, 상업화에 성공한 케이스다. 요컨대 성공한 당뇨병 치료제를 기반으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비만약을 탄생시키려한 일석이조 전략이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비만약과 당뇨약 히트에 힘입어 현재 노보 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무려 320조원을 오르내릴 정도로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손꼽히는 간판스타가 됐다. 지난해 기준 매출 33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을 각각 기록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매년 두자리 수 이상의 매출 및 영업이익 성장에 힘입어 몸값 또한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 추세라면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시총 340조원)를 추월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전망이다.

당뇨병과 비만이라는 특정 분야에 집중, 굴지의 글로벌 제약사로 우뚝선 노보 노디스크의 성공신화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노리는 K-바이오에게도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그간 국내 전통 제약사들은 카테고리 특화전략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다. 제네릭 중심의 제품운영과 다국적 제약사들의 의약품을 위탁판매하면서 사업을 이어가다보니 정작 본인들의 전공분야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것이다. 업력이 1백년을 넘어서며 국내 산업분야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K-바이오이지만 아직까지 글로벌하게 내세울만한 변변한 성공 신약하나 갖추지 못한 배경이기도 하다.

노보 노디스크의 성공은 무엇보다 K-바이오에게 글로벌 주자로 등극하려면 ‘선택과 집중’이야말로 최선의 전략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부터라도 K-바이오는 신약개발 전선을 각자가 잘할수 있는 특정분야로 압축해야 한다. 신약 개발 분야를 선택하는데 있어 시장규모, 성장성 등도 중요한 고려 요인이지만, 글로벌하게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수 있는 내부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첫째가 되어야 한다.

신약 개발 전선의 확대는 아직까지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한 곳이 전무한 K-바이오에 있어 스스로 발등을 찍는 패착일 뿐이다. 특히 화이자, 로슈 등을 포함해 쟁쟁한 글로벌 제약사 1개 기업의 연구개발비가 K-바이오 전체를 합한 것보다 많은 상황에서 전선확대는 절대적으로 국내 기업들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다행히 일부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전략을 진행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노리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어, K-바이오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뇌질환 치료제 등으로 특정분야에 집중,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SK바이오팜(326030)이 대표적이다. 실제 이 회사가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는 지난해에만 미국시장에서 1700억원 가까이 매출을 거두며 글로벌 블록버스터의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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