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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점심을 먹은 뒤 오후쯤엔 흔히 ‘당이 떨어졌다’는 표현을 쓴다. 점심을 먹은 지 얼마 안 됐는데도 기력이 없고 축 늘어지는 기분을 가끔씩 느낀다. 이럴 때 카페인과 달콤한 음식으로 ‘충전’하면 다시 기력이 돌아오는 착각에 빠진다. 영국식 문화인 애프터눈 티가 우리나라에도 소개되면서 수많은 특급호텔이 애프터눈 티 세트를 내놓았다.
그중에서도 서울 신라호텔 다이닝 바 ‘더 라이브러리’는 국내에 애프터눈 티 세트를 일찍 들여온 곳 중 하나다. 뜨거운 홍차와 스콘, 그리고 3단 접시에 나오는 주전부리는 기력을 회복하기에 안성맞춤인 음식이다. 우유를 탄 밀크티는 조금도 달지 않아서 좋다. 설탕을 따로 주는 이곳은 ‘다질리언 세븐어클락’ 홍차를 우려서 밀크티를 만든다. 조금 달게 먹고 싶다면 함께 주는 각설탕을 밀크티에 타면 된다.
이곳은 낮 12시부터 6시까지 애프터눈 티 세트를 한정 수량만큼만 내놓는다. 만약 오후 4시쯤 방문한다면 티 세트가 모두 팔렸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만큼 이곳 애프터눈 티 세트는 인기가 많은 편이다. 다른 간식보다 먼저 오는 뜨거운 스콘에 딸기잼을 바르면 스르륵 녹는다. 여기에 함께 주는 흰색 클로티드 크림을 함께 바르면 훨씬 더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클로티드 크림은 우유를 가열해서 만든 크림으로 버터보다 부드럽다.
3층 접시에 담겨오는 홍차 주전부리는 먹는 순서가 있다. 1층에 있는 샌드위치나 빵 종류부터 먹는 게 좋다. 애프터눈 티 세트 메뉴 구성은 계절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봄엔 식용 꽃을 이용한 미니 크로아상 샌드위치 등을 선보인다. 이외에도 살라미를 얹은 바게트 등 핑거 푸드 4종이 놓여 있다.
2층에 놓인 디저트는 미니 컵케이크 등이 주를 이룬다. 주로 손가락 두 개 만한 요거트 푸딩이나 5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큰 망고 무스 크림 케이크, 컵에 담긴 장미 무스 딸기 케이크 등이 있다. 처음에 보면 작은 크기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스콘과 1층 접시에 담긴 빵을 먹은 뒤라 더 먹기가 어렵다.
마지막 3층에 놓인 간식은 그야말로 입가심 용이다. 초콜릿과 백포도주를 만든 젤리, 녹차 쿠키 등이 놓여 있다. 달콤한 맛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배가 부르다. 차라리 점심을 먹지 않고 오는 게 낫다고 느낄 수도 있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처음 맛을 본 밀크티와 스콘이 압도적으로 훌륭하다. 그 후 3층 접시에 담겨오는 음식은 평균 정도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휴일이나 연휴 오후에 한 번쯤 홍차를 즐기러 가보면 어떨까. 19세기 공작부인이 된 것처럼 가까운 지인과 함께 호화로운 오후를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