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아직도 담배 피세요?” 설 곳 잃어가는 흡연자

김무연 기자I 2021.06.19 11:00:00

1990년대, 실내 흡연 당연시… 대중교통에도 재떨이 설치
2000년 대 들어 전체 흡연률 30% 붕괴… 2019년 21.5% 불과
건강 중요시 하는 문화 형성… 간접 흡연 유해성으로 혐연 분위기
담배회사, ‘비연소 제품’ 강화 중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내달부터 보건복지부가 외부에서 확인 가능한 담배소매점 내부 담배 광고 단속에 들어간다. 담배를 판매하는 편의점 등 소매점은 바깥에서 내부 담배 광고를 확인할 수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담배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흡연자들의 설 자리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매장. 바깥에서 매장 안의 담배광고가 보이지 않도록 시트지를 붙여뒀다.(사진=김무연 기자)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길을 걸으며 흡연하는 것은 큰 문제로 지적받지 않았다. 공공장소 화장실 등 실내에서도 금연을 권고했지만, 사실상 문구 뿐이었다. 시간을 더 거슬러 1980~1990년대에는 집안 안방에서 담배를 피는 가장들이 적지 않았고, 기차와 고속버스 등 대중교통에도 흡연자를 위한 재떨이가 설치됐다.

하지만 건강을 중시하는 풍토가 자리 잡으면서 신규 흡연자가 줄기 시작했다. 여기에 흡연자 주변인까지 간접 흡연으로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존 흡연자도 금연하기 시작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금연을 독려했다. 2009년에는 군대에서 보급하던 면세 담배를 전면 폐지했다. 2004년까지는 면세 담배를 신청한 병사들에 한해 디스 담배를 한갑 당 시중가의 10분의 1 수준인 250원에 월 15갑 씩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6년 10갑, 2007~2008년은 5갑 등으로 면세 담배를 줄였고 2009년에는 면세 담배 제도 자체를 폐지했다.

또 2015년 당시 박근혜 정부는 2500원이던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올렸다. 국민 건강을 증진하겠다는 이유로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했지만 흡연자들은 기호식품인 담배값을 올려 세금을 더 걷으려는 ‘꼼수 증세’라고 비판했다. 2017년부터는 시판되는 흡연을 경계할 수 있도록 모든 담배갑에 혐오 사진을 붙이도록 강제했다.

정부 정책 효가는 흡연율의 추이로 보자면 성공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국내 19세 이상 성인의 흡연률은 21.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0년 전(27.3%)에 비해 무려 5.8%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성인 흡연 인구에 대다수를 차지하는 성인 남성 흡연률은 같은 기간 47%에서 35.7%로 10%포인트 넘게 감소했다.

19세 이상 흡연률 추이(표=보건복지부)
담배업체들도 ‘혐연’ 분위기가 증가하고 흡연이 줄어드는 세태에서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내놓고 있다. ‘혐연’의 가장 큰 이유가 흡연 시 발생하는 담배연기라는 점을 감안해 담배를 태우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비연소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와 KT&G의 릴이 대표적이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은 2025년까지 매출액 중 비연소 제품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KT&G도 2019년 비연소 제품 사업을 담당하던 제품혁신실을 NGP(Next Generation Product)로 격상하고 그해에만 230억 원을 연구·개발(R&D)에 사용했다.

하지만 금연 위주의 정책에 흡연자들의 반발도 상당하다. 비싼 담배를 사면서도 정작 흡연자를 위한 흡연 공간 등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흡연자인권연대는 특정 동이나 지역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모두 지정하는 과도한 행정 조치와 현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흡연구역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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