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시카고 컵스, 순종 2년 이후 첫 WS 우승… 백투더퓨처 예언도 거의 맞아"

김병준 기자I 2016.11.03 17:00:15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e뉴스 김병준 기자] 시카고 컵스가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 최종전에서 승리를 차지하며 우승 트로피를 되찾았다. 무려 108년이 걸렸다.

3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진행된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컵스는 연장 10회 접전 끝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8-7로 제압했다.

컵스는 이번 시즌 월드시리즈 4차전까지는 1승3패로 코너에 몰려 있었다. 하지만 컵스는 와신상담의 자세로 5, 6, 7차전을 내리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결국 영화 같은 역전 우승을 이뤄냈다.

이로써 컵스는 ‘미국 프로 스포츠 역사상 가장 긴 시간 동안 우승하지 못한 팀’이라는 오명에도 마침표를 찍어 냈다.

그런데 1908년 통산 두 번째 우승 이후 108년 만에 챔피언에 등극한 컵스에게는 ‘염소의 저주’ ‘백투더퓨처의 예언’ ‘순종 2년 우승’ 등 재밌는 뒷이야기가 있다.

◇ 염소의 저주

첫 번째 뒷이야기는 전 세계 야구 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염소의 저주’다.

‘염소의 저주’는 1945년 컵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월드시리즈 4차전 경기 당일부터 시작됐다.

당시 빌리 사이어니스라는 이름의 팬이 애완용 염소 ‘머피’를 데리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 필드를 찾았다. 하지만 관중 다수가 냄새가 난다며 민원을 제기한 탓에 구단 측은 시아니스와 머피를 입장시키지 않았다.

퇴장 명령에 분노한 사이어니스는 “앞으로 컵스는 영원히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저주를 퍼부었고, 그의 저주는 2016년 컵스의 세 번째 우승까지 72년 동안 유효했다.

◇ 백투더퓨처의 예언

컵스와 관련된 두 번째 이야기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영화 ‘백투더퓨처 2’ 안에 있다.

1989년 개봉한 ‘백투더퓨처 2’는 2015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영화에서 컵스는 2015년 월드시리즈 우승팀으로 묘사돼 있다. 실제로 컵스는 지난해 챔피언십시리즈에 오르며 영화 속 예언을 실현할 뻔했지만 뉴욕 메츠에 패하며 또다시 저주의 수렁에 빠졌다.

컵스는 팀의 분위기와 성적이 좋았던 1969년과 2003년에도 월드시리즈 문턱에서 좌절을 맛본 바 있다. 이후 구단 측과 선수단은 우승을 목표로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구단 수뇌부는 2011년 테오 엡스타인을 사장에 앉혔다.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 역임 당시 ‘밤비노의 저주’를 깬 그가 ‘염소의 저주’를 풀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영입이었다.

하지만 엡스타인은 미신의 가까운 저주에 얽매이기보다 천천히, 대신 체계적으로 팀을 재건하는 프로젝트를 이행했다.

컵스가 2012년부터 3년 동안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렀음에도 엡스타인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2016년 우승을 목표로 젊고 재능이 넘치는 선수를 육성하며 우승의 초석을 다졌다.

2015년 뉴욕 메츠에 패했을 때도 엡스타인은 “우리 팀의 목표는 ‘2016년’이다”라고 단호히 말하며 팬을 위로하고 선수를 독려했다. 그리고 그는 결국 그토록 바랐던 우승을 일궈냈다.

비록 영화 속 2015년은 아니었지만 매우 근접한, 그리고 본인이 목표한 2016년에 컵스를 우승으로 이끈 엡스타인은 두 개의 저주를 이겨낸 영웅이 됐다.

◇ 순종 2년 우승

마지막은 ‘컵스가 월드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건 조선 시대 순종 2년이다’라는 간단하지만 재치있는 표현이다.

국내에서만 통용될 수 있을 법한 이 표현은 MLB를 좋아하는 국내 팬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사실 컵스의 마지막 우승은 ‘순종 2년’이 아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순종은 1907년 즉위했다. 1907년이 순종의 ‘즉위년’이기 때문에 이듬해인 1908년은 ‘순종 1년’이 맞다.

‘순종 2년에 마지막 우승’이라는 표현은 컵스의 비운을 위트있게 표현한 국내 팬이 즉위년을 ‘1년’으로, 그다음 해를 ‘2년’으로 착각해서 발생한 오차로 보인다. 물론 108년 만에 거머쥔 우승에서 1년 정도의 오차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컵스는 ‘순종 즉위년’과 ‘순종 1년’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백투더퓨처 2’가 예언한 2015년과 매우 근접한 ‘병신년’에 ‘염소의 저주’를 끊어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