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규(사진)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셀트리온이 올해 연 예상 매출 1조7500억원으로 유한양행(1조5700억원)을 따돌리고 업계 1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을 두고 “전체 매출 규모뿐만 아니라 매출 구조를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매출의 질적 측면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으로 유한양행은 자체 제품 매출 비중(기술수출에 따른 라이선스 수익 포함)이 30%에 불과하다. 해외 제약회사의 의약품 도입을 통한 상품 매출 비중(69%)이 큰 탓이다. 셀트리온은 자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램시마SC·트룩시마·허쥬마 매출 비중이 74%를 넘는다.
이 부회장은 또 “화이자, 노바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 성장 과정을 보면 수차례의 인수합병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그를 통해 성장하는 전략을 취했다”며 “매출 2조원 규모 등 조단위가 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인수합병이 가능해 매출 증대에 따른 파급효과가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 과정에서 국내 제약회사나 바이오벤처와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나 연구개발(R&D)전략 협업 등이 이뤄지면 선순환적인 바이오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 봤다. 셀트리온은 지난 6월 케미컬 중심의 일본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18개 제품 사업권을 3300억원에 인수하는 대규모 첫번째 M&A를 단행했다.
이 부회장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등 바이오신흥강자를 탄생시킨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화학합성의약품의 복제약인 제네릭과는 차이가 있다”며 “바이오시밀러는 개발 과정과 인허가 과정이 신약 프로그램과 거의 비슷해 신약은 아니지만 바이오시밀러에서 글로벌 리더가 된 것은 상징성과 산업면에서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매출 상위 의약품 대부분인 바이오의약품이 특허 만료에 따라 바이오시밀러로 대체되는 추세 속에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등 우리나라 바이오시밀러 회사들이 선투자를 한 선구안이 있었다”며 “바이오시밀러는 생산과 규모의 싸움이기 때문에 셀트리온처럼 도전적이거나 삼성처럼 자금력이 있지 않으면 국내 다른 곳은 진입하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의 ‘CMO-바이오시밀러-신약’ 모델에 대해 “글로벌에서도 이런 모델로 빅파마로 나간 경우는 없어 재미있는 모델”이라며 “결국 이 그림을 완성하려면 신약이 나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시밀러의 모태인 항체 의약품 시대가 15년 안팎이면 끝난 뒤 세포나 유전자 치료제로 무게 중심이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산업의 진화상 당연한 것이지만 이후에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내 미생물 생태계), 크리스퍼 기술(유전자가위 기술), 유전자 치료제 등 어떤 기술이 주가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셀트리온과 삼성은 많은 벤처에 투자할 것이고 조단위의 매출이 되면서 글로벌 수준의 투자 체력을 갖추게 돼 향후 변화에 대한 대응에서도 유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