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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해보긴 해봤어’ DNA…현대重 소방수 권오갑 부회장

김미경 기자I 2017.12.28 06:05:00

4년째 無보수…내년 일감절벽 비상탈출
지주사 대표 첫해 개혁 드라이브
유증·IPO로 닥쳐올 위기 선제대응
사업재편·지배구조 개선 마무리
'위기일수록 선제 대응' 원칙 안꺾어

현대중공업지주 초대대표를 맡은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현대중공업의 증자와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해 조선업계 불안한 시장 상황을 조기 차단에 나섰다. 사진은 해양플랜트 제작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권오갑(앞줄 오른쪽 두번째) 부회장(사진=현대중공업).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그룹 내부에선 ‘구원투수’로 통한다. 동종업계서는 ‘권오갑 효과’라고도 했다.

‘위기탈출의 귀재’ 권오갑(66)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2017년 마감을 며칠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유상증자와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다. 최근 인사를 통해 현대중공업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 향후 만들어질 현대중공업지주 초대 대표로 내정된 후 첫 선택치고는 파장이 크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내년 지배구조 개편과 일감 절벽에 따른 실적 악화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포석이다. 동시에 그룹 내 조선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는 자금 중 일부를 차입금 상환에 써 무차입 경영의 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유증·IPO 카드…경영개선 마무리 작업

현대중공업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자금 확충안을 결의했다. 현대중공업의 유상증자 규모는 1조2875억원(1250만 주)이다. 앞서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삼성중공업(1조500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87%로 양호하고 일감 부족이 심해져도 견딜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과 연구·개발(R&D), 무차입 경영이 목표”라고 말했다.

증자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그룹 내 조선 3사의 순차입금은 모두 사라진다. 약 5000억원가량의 순 현금을 보유하게 되며, 부채비율도 87%에서 60%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조선업 불황으로 내년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고 금리가 오를 것에 대비한 대목이다. 실제 현대중공업 4분기 영업익 3000억 적자를 예상, 내년 영업익도 적자전환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상장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현대로보틱스는 이번 유상증자에 120% 초과 청약할 것을 결의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였다. 현대로보틱스는 추가 지분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지주사 체제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사업경쟁력 강화에 나서 수주 시장을 선도한다는 목표다.

◇구조조정·지주사 전환 내 손으로 끝낸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권 부회장은 1978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현대중공업과 인연을 맺은 지 올해로 40년째다.

현대오일뱅크로 외도했다 조선업황이 악화하면서 2014년 현대중공업으로 돌아와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몸소 실천하는 모습도 마다하지 않았다. 취임 석 달째인 2014년 11월 “회사가 다시 이익을 낼 때까지 급여 전액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한 뒤 만 3년, 햇수로 4년째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상하와 주변 인사들과 소탈하게 소통하는 덕분에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으로 통하기도 한다. 그는 현대오일뱅크를 이끌며 뚝심과 추진력 등 이른바 ‘현대정신’(現代精神)을 불어넣어 CEO로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오일뱅크 사장 시절 동종업계 가장 규모가 작은 회사를 정유부문 영업이익률 1위로 성장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이번 유상증자 등 과감한 결정은 권오갑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권 부회장은 지주사 대표로 옮기면서 미래사업 발굴과 그룹 재무·사업재편 등을 고민해 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이번에도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미래에 대비하는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대로 된다면 권 부회장이 현대중공업 CEO에 취임한 후 시작한 사업재편과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지주사 대표로 취임한 첫 해에 마무리하게 된다. 권 부회장으로서는 이보다 좋은 유종의 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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