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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캔자스시티vs'관록'샌프란시스코...가을의 전설 주역은?

이석무 기자I 2014.10.20 15:38:44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에 오르게 된 캔자스시티 로열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 트래비스 이시카와가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자 펄쩍 뛰면서 좋아하는 샌프란시스코 선수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9년을 기다린 ‘기적의 돌풍’과 ‘짝수해 우승’의 관록이 정면으로 맞붙는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을 가리는 ‘가을의 전설’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가 22일(이하 한국시간)부터 펼쳐진다. 올해 월드시리즈는 아메리칸리그 우승팀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내셔널리그 우승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대결한다. 1, 2, 6, 7차전은 캔자스시티 홈구장인 코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리고 3, 4, 5차전은 샌프란시스코의 홈인 AT&T파크에서 치러진다.

두 팀 모두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와일드카드끼리의 월드시리즈는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 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대결한 2002년 이후 역대 두 번째다. 당시에는 애너하임이 ‘랠리몽키 신드롬’을 앞세워 샌프란시스코를 4승3패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캔자스시티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단연 화제의 중심이다. 구단이 낳은 최고의 스타 조지 브렛이 활약했던 1985년 처음이자 유일한 우승을 달성한 뒤 29년 만에 두 번째 월드시리즈 정상에 도전한다.

올라오는 과정도 놀랍기만 하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연장전 승부 끝에 9-8로 이긴 뒤 디비전시리즈(5전3선승제)와 챔피언십시리즈(7전4선승제)에서 LA 에인절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무패로 잠재웠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8연승을 거두며 2007년 콜로라도 로키스의 7연승을 뛰어넘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정규리그 막판 4경기에서 3승1패를 거둔 것까지 포함하면 최근 12경기에서 11승1패라는 어마어마한 승률을 기록 중이다. 지금 기세로만 놓고 보면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도 만만치 않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워싱턴 내셔널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잇달아 누르고 월드시리즈까지 올랐다.

샌프란시스코는 2000년대 들어 3번이나 월드시리즈에 올랐고 그 중 2010년과 2012년 우승을 차지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큰 경기를 많이 치러본 관록은 캔자스시티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샌프란시스코의 최대 강점이다. 이번 우승으로 ‘짝수해 우승 징크스’를 확실히 굳힌다는 각오다.

두 팀의 공통된 특징은 강력한 불펜이다. 샌프란시스코 불펜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5승1패 평균자책점 1.78을 기록 중이다. 캔자스시티 불펜도 6승을 합작하며 평균자책점 1.80의 막강함을 자랑하고 있다.

워낙 뒷문이 탄탄하다 보니 타선이 적은 점수를 내더라도 승리로 연결할 수 있다. 캔자스시티의 필승 계투조인 켈빈 에레라-웨이드 데이비스-그렉 홀랜드는 95마일 이상의 강속구로 상대 타자의 방망이를 무력화시킨다.

캔자스시티 불펜이 힘으로 압도한다면 유스메이로 페티트-제레미 아펠트-세르히오 로모-산티아고 카시야 등이 버티는 샌프란시스코 불펜은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미로 타자를 잡아낸다.

두 팀 모두 막강 불펜을 보유한 만큼 희비는 경기 초반에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선발투수가 얼마나 버티느냐, 선취점을 어느 팀이 내느냐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지 전문가들의 전망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의 전문가 6명이 우승팀을 예측한 결과 4명이 캔자스시티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현지 스포츠 베팅업체들은 미세하게나마 샌프란시스코의 우세를 점치는 분위기다.

단기전 승부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다. 정규시즌 타율 2할1푼2리에 머물렀던 ‘9번 타자’ 마이크 무스타카스(캔자스시티)가 생애 첫 포스트시즌에서 홈런 4방을 때릴 것으로 점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최근 5시즌 동안 5개 팀을 옮겨다녔고 올 시즌 뒤 은퇴까지 심각히 고민했던 ‘저니맨’ 트래비스 이시카와(샌프란시스코)가 끝내기 홈런으로 월드시리즈행을 확정 지을 것이라 예상한 이도 물론 없었다.

포스트시즌은 ‘기록’이 아닌 ‘기세’ 싸움이다. 1차전에서 어느 팀이 기선을 제압하느냐는 시리즈 전체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다.

22일 월드시리즈 1차전은 양 팀 에이스인 제임스 실즈(캔자스시티·14승8패 평균자책점 3.21)와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18승10패 평균자책점 2.98)가 선발로 맞붙는다.

실즈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3차례 선발로 나와 1승을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은 5.63으로 좋은 편이 아니다. 반면 범가너는 선발로 나선 3경기에서 2승1패 방어율 0.76으로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MVP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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