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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작스런 소매금융 철수…3500명 씨티銀 직원 운명은?

장순원 기자I 2021.04.17 10:10:13

씨티그룹 한국 시장 철수 공식화 후폭풍

한국씨티은행 본점 전경(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 분야에서 발을 빼기로 하면서 이를 매각한다면 누가 살지, 남은 직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 15일 한국 소매금융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 2004년 씨티그룹이 옛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으로 공식 출범한 지 17년 만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분야는 과감하게 손을 털고 잘하는 기업금융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씨티은행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국내의 각종 규제와 저금리, 고비용 구조 등이 어우러져 수익을 낼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878억원으로 전년보다 32.8% 줄었다. 신용카드와 주택담보대출 등 소비자금융사업은 씨티은행 수익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큰 틀에서 철수를 결정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향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업을 단계적으로 정리할 지 아니면 소비자금융 부문을 때어 매각할 지조차 불확실하다. 이에따라 한국씨티은행도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방향을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소매금융 사업의 매각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자산관리 시장의 강자인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어 메리트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벌써 시장에서는 제2금융권의 강자 오케이금융이나 지방은행인 DGB금융지주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씨티은행이 사업부를 매각하려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평균 연봉이 높은 고참 직원이 많아 인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의 현재 임직원은 3500명 수준이며 소매 금융 부문 임직원은 939명이다. 평균 연봉도 지난해 기준 1억1200만원이며 은행권에서는 거의 사라진 호봉제도 남아 있다. 이런 고비용 구조를 손대지 않고서는 매물로서의 매력이 반감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은 미국 뉴욕 씨티그룹의 한국 소매시장 철수 결정이 졸속이고 일방적이라고 항의했다. 노조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 3500여명 직원 중 소비자금융 소속 직원이 2500여명(영업점 소속 940명)”이라면서 “소비자금융에 대한 매각 또는 철수로 출구전략이 추진되면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16일 한국씨티은행 본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는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 노조 제공)
자산관리 시장에서 강점을 보여왔던 한국씨티은행이 철수한다면 이 분야에서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이미 씨티은행 고객들은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일부 고객은 예치자산을 빼겠다는 문의를 하는 분위기다.

국내 시중은행은 이미 씨티은행의 고객을 흡수하려 마케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아울러 씨티은행의 스타 프라이빗뱅커(PB) 스카웃 움직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스타 PB 한 두명이 움직여도 고액의 자산이 따라 이동한다”며 “시중은행도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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