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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 무용수 우아한 몸짓, '호두까기' 희망 전하고 싶어"

장병호 기자I 2020.12.10 06:00:00

유니버설발레단 이현준·최지원
'호두까기 인형' 주역으로 첫 호흡
李 "지원이는 24시간 몸풀기하는 성실파"
崔 "노련한 오빠와 한 무대 서게 돼 설레"
힘든 상황이지만 "문화예술 감동 전하고파"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역인 클라라와 왕자 역을 각각 맡은 무용수 최지원(왼쪽), 이현준(사진=유니버설발레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우리만의 차별점이요? 바로 큰 키죠.”

최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만난 수석무용수 이현준, 솔리스트 최지원은 ‘호두까기 인형’에서 보여줄 자신들만의 매력을 ‘큰 키’로 꼽았다. 이현준의 키는 183㎝, 최지원은 176㎝로 이번 공연의 주역 커플들 중 가장 키가 큰 조합이다.

이현준은 “최지원 발레리나의 긴 라인에서 나오는 장점이 부각되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지원도 “현준 오빠와 키 차이가 크지 않은데다 오빠가 워낙 노련한 무용수라 좋은 무대를 보여줄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각각 2007년과 2009년 발레단에 입단한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그 동안 ‘라바야데르’와 갈라 공연을 통해 파트너로 호흡을 맞췄다. ‘호두까기 인형’에서 같이 주역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 올해 유니버설발레단이 선보이는 ‘호두까기 인형’의 여섯 주역 커플 중 유일하게 새로운 조합으로 발레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두 사람도 처음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 같이 파트너가 돼 기대감이 컸다. 이현준은 “지원이는 24시간 몸풀기를 멈추지 않을 정도로 성실한 무용수”라며 “나를 잘 믿고 따라와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최지원은 “춤을 잘 추는, 탁월한 실력의 현준 오빠와 같이 연습할 생각에 기대와 설렘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호두까기 인형’은 연말에 빠지면 섭섭한 대표적인 고전발레다. 발레를 잘 몰라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발레 입문서로 여겨진다.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1986년 국내서 초연한 뒤 35년간 꾸준히 무대에 올라 전 연령층의 사랑을 받아왔다. 무용수에게도 ‘호두까기 인형’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는 등용문이기 때문이다.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역인 클라라와 왕자 역을 맡은 무용수 최지원(앞쪽), 이현준의 연습장면(사진=유니버설발레단).
특히 이현준, 최지원은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에 특별한 추억이 있다. 이현준은 발레를 막 배우기 시작한 초등학교 6학년 때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에 아역 무용수로 출연해 발레리노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최지원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본 뒤 발레의 매력에 빠져 배우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은 밝고 명랑한 분위기에 볼거리가 많은 춤까지 만날 수 있는 최고의 고전”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사실 무용수들에게 ‘호두까기 인형’은 마냥 편안한 작품은 아니다. 3~5일 정도 공연하는 다른 작품과 달리 2~3주 장기공연을 하기 때문에 체력관리가 여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즐기지 못한다는 개인적인 아쉬움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무용수들이 ‘호두까기 인형’에 매진하는 것은 작품이 담고 있는 밝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이현준은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호두까기 인형’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은 오는 18~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의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에 따라 기존 예매를 취소하고 공연 진행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이현준, 최지원은 “올해 코로나19로 여러 차례 공연이 중단됐지만 발레에 대한 열정은 더 커졌다”며 “힘든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문화예술의 감동이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꼭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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