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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인테리어]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권소현 기자I 2015.02.14 09:0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한 달에 걸친 욕실 셀프 리모델링 1단계 프로젝트를 마치고 그럭저럭 만족하며 지내던 어느 날. 갑자기 세탁기 위에 텅 비어 있는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결혼 전엔 몰랐는데 내 살림을 하다 보니 수납공간이 참 절실하다. 구석구석 죽어 있거나 놀고 있는 공간을 어떻게 하면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가 최대 관심사가 됐다.

그러던 와중에 눈에 띈 세탁기 위 공간. 보통 아파트에는 세탁기 놓는 공간이 발코니에 따로 있지만, 지은 지 15년가량 된 이 아파트는 욕실 한구석에 마련돼 있다. 작은 방과 욕실 사이 일정 공간을 두고 반으로 나눠서 한쪽은 욕실에 붙어 있는 세탁기 자리, 나머지 절반은 작은 방에 붙박이 옷장 공간이다.

세탁기 위에는 늘 세제와 섬유유연제, 빨래통이 어지럽게 놓여 있고, 그 위는 휑하다. 그래서 위에 세탁장을 짜 넣기로 했다.

가로, 세로 사이즈를 정확하게 재서 수납장을 만들었다. ㄱ자 모양의 선반 지지대를 벽에 부착하고 그 위에 올려놓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이즈를 너무 빡빡하게 재서 수납장을 만들었나 보다. 안 들어간다.

화장실 문 경첩에 걸려서 문짝을 잠시 떼어내고 올려봤지만 1mm의 틈새 싸움에 졌다. 미세한 차이로 안 들어가는 수납장을 포기하고, 다시 머리를 굴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굳이 옆면과 뒷면이 있는 수납장을 만들어 올릴 필요가 없었다. 벽으로 다 막혀 있으니 아래 선반만 달고 앞쪽에 문만 양쪽 벽에 고정해주면 되는 걸 괜한 고생을 한 것이다.

수납장을 다시 해체해 밑판 선반과 앞 문만 미세한 톱질을 통해 사이즈를 좀 줄였다. ㄱ자 지지대를 앞뒤로 두개씩, 네개를 고정하고 밑판을 올려 선반을 만들었다. 양쪽 벽에는 얇은 두께의 각목을 햄머드릴로 뚫어 앙카와 함께 못으로 고정하고, 그 각목에 문을 달았다.

수납장 공간이 꽤 넓다. 온갖 잡다한 욕실용품과 마트 세일할 때마다 사서 쟁여놓은 샴푸, 린스, 치약을 모두 수납했는데도 공간이 남는다.

세탁기와 수납장 사이의 공간은 옥스포드 천을 구입해 가림막을 만들어 달았다. 천 아래 위로 박음질 쭉 하고 신축봉에 끼워서 달면 끝이다.

해 놓고 보니 또 세탁기 옆쪽 공간히 뭔가 허전하다. 욕실 청소용품을 수납할 가구를 또 만든다. 사이즈에 맞춰 위에서 간단히 열고 꺼낼 수 있게 제작했다. 이번엔 세탁장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여유를 넉넉하게 계산해 만든다. 작은 틈새 사이에 쏙 들어간다. 이렇게 욕실에서 가장 숨기고 싶었던 공간 리모델링도 완성했다. 2차 프로젝트는 불과 몇 일 만에 완성했다.

리폼은 시작하면 끝이 없고, 또 할수록 속도도 붙는다. 그렇다고 노동강도가 약해지는 것은 아니고, 단지 요령만 늘어나는 듯 하다. 매번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당분간은 손대지 않겠다고 다짐하다가도 금세 또 마음에 안 드는 곳이 눈에 들어오면 도면 그리고, 목재와 자재 주문에 들어간다. 셀프인테리어는 중독성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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