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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보더니 선 넘네?”…12년 학폭 가해자의 통화 녹취록

이선영 기자I 2023.03.09 08:50:31

‘실화탐사대’ 학폭 피해자, 유튜브에 가해자 통화 녹취록 공개
“스토커 같다” “같은 학교 나온거 기억 못 해” 태도 보여
표씨, 학폭 관련 국회국민동의청원 올린 상태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실화탐사대’를 통해 12년간 학교 폭력을 당한 사실을 고백한 피해자 표예림(28)씨가 가해자와 나눈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그러나 가해자는 피해자에 되려 “(이런 행동이) 안타깝다” “스토커 같다” “같은 학교에 다닌 기억이 안 난다”는 등의 황당한 주장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캡처)
지난 7일 표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학교 폭력의 공소시효 폐지를 건의한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13분 46초가량의 가해자와 나눈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표씨에게 전화를 건 가해자 A씨는 피해자인 표씨를 회유하거나, 학교 폭력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의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표씨를 위해 동급생들이 모아 제출한 진술서를 운운하며 표씨를 나무라기도 했다.

가해자 A씨는 “네가 스토커 같다고 느끼긴 했는데 지금은 좀 궁금한 게 있어서 전화했다”면서 “궁금한 건 물을 수 있지 않냐”고 운을 뗐다. 표씨가 동창생들로부터 받은 학교폭력 진술서가 방송을 통해 공개된 것을 보고 전화를 걸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모든 방관자에게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고 진술자 모두의 익명성을 보장한다. 만약 어길 시 어떠한 민 형사적 책임을 지겠다’”며 진술서 내용을 읊었다. 그는 “익명성을 보장한다고 했는데, 익명성이 보장이 안 됐을 때 어떠한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받는다고 하고 도장을 두 번이나 찍었다”면서 “이걸 안 지키면 네가 법적 책임을 받는 게 맞냐”고 덧붙였다.

이에 표씨는 “익명성을 보장 안 한 친구가 없고, 아직 그 진술서를 적은 친구들을 아무한테도 얘기한 적 없다”며 “내 부모님이나 애인한테도 얘길 안 했기 때문에 나는 익명성을 보장한 거다”고 답했다.

표씨가 “(익명으로 공개된 진술서로) 피해를 보지 않았다면 내가 왜 그 책임을 물어야 하냐”고 반문하자, A씨는 “진짜 나는 안타까워서 자꾸 얘기한다고 하지 않았나”라면서 “나는 진짜 네가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표씨를 회유했다.

또한 A씨는 “꼬투리 잡고 싶은 마음도 없고 네가 자꾸 다른 애들한테 연락한 것도 다 알고 있다. 너도 알겠지만 드라마를 보고 선 넘는다는 말이 너무 많다”며 “그래서 나는 진짜로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최근 학교폭력의 실상을 수면위로 꺼내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고 표씨가 나섰다고 추정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표씨가) 집 주소를 캐고 다닌다고 들었는데, ‘누가 보면 스토커인 줄 알겠다고 하지 않냐’는 말은 (네가) 스토커라는 걸 인정한다는 뜻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표씨는 “확실한 건 알겠다. 네가 무섭다”며 “나도 널 스토커라고 생각하고 신고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밤늦은 시간에 이러는 거 무섭다”고 토로했다.

A씨는 “12년 동안 한 아이를 그렇게 괴롭히면 기억이 안 날 수 있냐”는 표씨의 질문에 “정말 미안한데 우리는 너랑 같은 학교 나온 걸 기억 못 한다”며 학폭 의혹을 부인했다.

표씨는 최근 MBC ‘실화탐사대’를 통해 12년간 학교폭력을 당한 사실을 고백했다. A씨는 폭력을 주도한 가해자 3명 중 한 명이다. 방송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표씨가 앉아있는 책상을 세게 차거나 표씨의 얼굴을 변기에 밀어 넣기도 했다.

현재 표씨는 학교폭력 공소시효와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여지가 있는 조항을 폐지해 달라고 국회국민동의청원을 올린 상태다.

8일 오후 7시께에는 유튜브 채널에 한 가해자의 부친과 대화한 녹음본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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