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는 2016년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위험한 환경에서 생산한 코발트 등 원자재가 삼성전자, 애플, 소니 등 세계적 기업들의 제품에 사용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발트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요 구성물질로 콩고민주공화국은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최소 50%를 차지한다. 인권침해, 환경파괴 등의 문제가 대두되자 삼성전자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2019년 9월 삼성SDI, 독일 국제협력공사, BMW그룹, 바스프(BASF)와 협력해 ‘지속가능한 코발트 채굴을 위한 산업간 협력 프로젝트’를 런칭하고 작년 10월부터 1500여명의 광부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에게 교육 및 직업훈련 등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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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물결 ‘ESG’가 세계 경제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배출 감축을 핵심으로 하는 ESG는 기업 경영활동의 지속가능성, 즉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될 전망이다. 기업들이 ESG 전략을 제대로 수립·대응하지 못할 경우 도태되거나 아예 사라질 위기에 맞닥뜨린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경영의 새 바이블인 ESG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ESG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비전을 선언한 정부와 함께 삼성, SK, 현대차, LG, 포스코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를 위한 조직체계와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자칫 ESG에 소홀하다는 이유로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경영권 공격을 받을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투자회수 사례 등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에 제조 기반의 기업뿐 아니라 SK이노베이션 등 정유·화학사, 네이버, 카카오 등 IT 회사 등도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와 맞물려 미국 내 3위 공적연기금인 뉴욕주공무원퇴직연금의 경우 204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넷-제로)를 달성하지 못하는 에너지기업에 대해서는 투자를 전액 회수하겠다고 공언했다. 블랙록 역시 총매출의 25% 이상을 석탄화력생산·제조에서 발생하는 기업을 투자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처럼 ESG 리스크는 당장 기업경영에 위협요인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기업별·업종별 등 ESG 경영을 위한 맞춤형 가이드라인과 평가체계 등이 미흡한 실정이다. ESG 평가등급 산출을 위한 의무 공시 확대도 서둘러야 할 사항으로 거론된다. 아울러 시대적 흐름에 편승해 무턱대고 ESG를 도입할 경우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임직원들간 전사적인 공감대 형성을 통해 체계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선경 대신경제연구소 ESG본부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ESG가 사회적으로 또는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차원에서 ESG가 왜 필요한지, 도입에 따른 영향은 무엇인지 등을 따져보고 경영진을 포함한 조직 내 공감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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